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특급용병 박은호가 12일 공주 선수단 숙소에서 포즈를 취했다. 공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하고 싶은대로 해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있던 대전 시티즌의 외국인 선수 박은호(24)에게 내려진 특명은 간단했다. 남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었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축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왕선재 감독(52)의 처방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박은호가 동료들과 맞추려고 개인기를 접고 팀 플레이에 신경을 쓰다보니 특유의 폭발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왕 감독의 말대로 박은호는 K-리그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다 이후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거리에 상관없이 때리던 호쾌한 슈팅은 자취를 감췄고, 세밀한 패스에 주력했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아지자 이런 모습도 점점 익숙해졌다. 왕 감독은 "시즌 초에는 내가 자유분방하게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는데, 동료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다보니 좀 헷갈려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왕 감독의 말대로 박은호는 '마음대로' 뛰어 다녔다. 인천 수비진이 2~3중으로 구축한 수비벽을 특유의 드리블로 뚫으려 했고, 기회가 나면 슈팅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플레이는 후반 19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김성준의 패스를 받은 뒤 아크 정면 25m 지점에서 대포알 같은 왼발 슈팅을 시도해 그대로 골망을 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은호는 득점 직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왕 감독에게 달려갔다. 왕 감독 역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마음 고생을 털어낸 애제자를 덥썩 안았다.

그러나 이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전은 후반 29분과 38분 인천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박은호의 골에 열광했던 1만3000여명의 대전 팬에게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을 법한 결과다. 왕 감독은 경기 후 "(박)은호가 의도한 대로 잘 해줬다. 그런데 승리를 위한 100%를 채우지 못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대전=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