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학교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각 학교가 스스로 혁신하도록 간섭하지 말아야 훌륭한 학교가 나옵니다."

방한 중인 파완 쿠마르 반살(63) 인도 과학기술부 장관은 5일 인터뷰에서 '인도의 IIT(인도공과대학)처럼 훌륭한 이공계 대학들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자율성이 세계적 이공계 대학들을 키운 비결이란 것이다.

반살 장관은 “인도는 기초과학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자동차 산업 등 응용과학에서 앞서 있다”며 “양국이 협력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2008년 달탐사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다. 미국엔 '실리콘 밸리의 냄새는 카레' '실리콘 밸리는 인도의 식민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인도 출신 IT(정보기술) 인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고 IT 인재들의 산실로 불리는 IIT 외에도 IISc(인도과학원), IISER(인도과학교육연구원) 등 인도 이공계 교육기관들의 수준은 세계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반살 장관은 "이런 학교들을 졸업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재가 매년 50만명"이라며 "학교들이 특색 있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자유를 준 결과"라고 했다. IIT 같은 인도의 일류 이공계 대학들은 모두 국·공립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선발, 교수채용, 교육과정 결정 등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린다. 반살 장관은 "인도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국·공립대에 가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실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국내 사립대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간다"고 했다. 인도의 대표적 IT업체인 인포시스의 나라얀 무르티 회장도 한 인터뷰에서 "IIT에서 전산학을 전공하려면 전국 200등 안에 들어야 하는데 내 아들은 성적이 안 돼 미국 코넬대에 보냈다"고 한 적이 있다.

반살 장관은 "우리는 과학의 발전이 일반인들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R&D 투자를 민간이 주도하는 한국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인도는 R&D 투자의 96%를 정부가 한다"고 말했다.

반살 장관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는 4일 열린 '제1차 한·인도 장관급 과학기술 공동위원회'에서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서울대도 방문했으며 6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