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 표지에 실리면 역사가 된다. 이번에는 얼굴에 붉은색 'X'자가 그려진 빈 라덴이 그 역사로 기록됐다. 빈 라덴은 타임 표지에서 얼굴에 붉은색 'X'가 그려진 네 번째 인물이 됐다.
타임 온라인판은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맨해튼 타임스퀘어광장의 나스닥 스크린이 빈 라덴 얼굴에 붉은색 'X'가 그려진 대형 타임 표지로 장식됐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발간된 책 ‘TIME :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에 따르면, 타임의 표지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타임의 표지는 곧 현대사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달 착륙, 워터게이트 스캔들, 걸프전쟁, 베를린 장벽의 붕괴, 9·11 테러 등이 고스란히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표지에 오른 인물들은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은 모두 '타임의 얼굴'이 됐다.
작년 8월 코가 잘려나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타임 표지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여성은 탈레반으로부터 도망치려다 붙잡혔고, 탈레반은 벌로 남편에게 이 여성의 코와 귀를 자르게 했다.
타임 역사상 얼굴에 ‘X’자가 붙여진 최초의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타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5년 5월, ‘X’자가 그려진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초상화를 표지에 그려 넣었다. 이후 58년 만인 2003년 4월 21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초상화가 붉은 ‘X’자와 함께 타임 표지에 등장했다. 후세인은 같은 해 12월 미군에 생포돼 3년 뒤 처형됐다.
2006년 6월 타임 표지를 장식한 세 번째 붉은 ‘X’자 인물은 당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였다. 그는 빈 라덴과 함께 9·11테러를 주도한 것은 물론, 한국인 김선일씨 피살사건도 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2006년 6월 미군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타임은 인류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해쳤다고 판단한 인물을 선정해 이 같이 표지 모델에 붉은 ‘X’를 그리는 극단적인 편집을 하고 있다. 이번 빈 라덴 표지 디자인은 지난번 알 자르카위 표지 디자인을 맡았던 팀 오브라이언(O'Brien)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