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된 후 이슬람 무장조직 알카에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9·11 테러의 주범을 미국이 10년간 추적해 사살했다는 점에서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전문가 그룹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이 나온다.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WSI)와 스트랫포 등은 2일 "오랜 은둔생활을 하는 동안 상징적 지도자로 위상이 하락한 빈 라덴의 죽음이 알카에다의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9·11 테러 이후 네트워크형으로 바뀐 조직에 거의 변화가 없고,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등 핵심인사들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빈 라덴의 활동이 활발하던 9·11 때만 해도 알카에다는 중앙집중적 단일 지휘체계였다. 하지만 미군의 알카에다 소탕작전이 계속되면서 지하드(jihad·이슬람 성전)의 대의에 동참하는 모든 세력들을 흡수해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으로 형태를 바꿨다.

스트랫포는 "알카에다는 40여개국에서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면서 중앙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현지 실정에 맞는 전술을 개발해왔다"며 "빈 라덴의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새로운 알카에다의 조직체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빈 라덴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로는 빈 라덴의 최측근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59)가 꼽힌다. 이집트 외과의사 출신으로 알카에다의 '두뇌'라 불릴 정도로 인정받는 전략가이자 이론가이다. 2001년 12월 부인과 자식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폭탄공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그는 미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다.

알카에다의 지휘관 사이프 알아델(54)도 빈 라덴을 이을 후보다. 소말리아에 군사시설을 만들어 알카에다 대원을 양성하는 임무를 담당해왔다. 1993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미군의 공격용 헬기 '블랙 호크' 2대를 격추시키는 등 주요 무장투쟁을 지휘한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알아델에게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붙였다.

일각에서는 알카에다의 최대 지부로 꼽히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지도자들이 빈 라덴의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한다. 2001년 미군의 융단폭격이 쏟아지는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에서 빈 라덴의 곁을 지켰던 AQAP 사령관 나세르 알와하이시, 지하드 잡지 '오픈 지하드'를 운영하며 커버스토리로 '당신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법'을 펴내기도 한 미국 출신 근본주의 성직자 겸 지도자 안와르 알 올라키가 바로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