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감독'이라는 직무나 직함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나 사물을 종합적으로 지휘하거나 활용하고 일체감과 통일성을 갖게 해 결국 성취시켜야 하는 자리이기에 책임감이 무척 크다. 물론 그렇기에 일을 해낸 후 따르는 성취감이나 명예는 상당하다.
현실에선 좀처럼 차지하기 힘든 자리, 많은 이들의 '로망'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눈을 가상의 세계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감독 혹은 구단주가 돼 하나의 스포츠팀을 이끄는 매니지먼트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최근 봇물 터진 듯 나오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국내 최초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매니저'는 이런 장르의 게임에 목말라 있던 유저들의 욕구를 확인하고 분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자신이 게임내 선수를 조작해 볼을 차거나 때리고, 던지는 참여형 게임이 대세였지만 선수를 기용하고 작전을 내린 후 다른 유저와의 대결을 지켜보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 게다가 이런 장르 게임의 경우 굳이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이 결과만 확인해도 되기에,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의 호응이 크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도 높은 편이다.
장르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야구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 범위가 축구나 자동차 레이싱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로야구 매니저'는 지난달 28일 코치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선수 육성 및 게임 내 전략 전술 강화를 위해 팀내 32세 이상 선수를 코치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 코치 계열은 타격, 주루, 수비, 투수, 배터리로 나뉘며, 각 보직에 따라 코치를 선정하면 선수 능력치가 향상된다.
지난달 네이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또 다른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 '야구9단'은 프로야구 열기와 더불어 일주일만에 30만명을 끌어모으는 등 초반 기세가 뜨겁다. 무엇보다 게임에 실시간으로 개입, 히트앤런, 도루, 번트, 고의사구 등 세밀한 작전 지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는 물론이고, 은퇴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할 수도 있다. 용량이 크지 않는 웹게임의 특성을 활용,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동양온라인의 '레이싱매니저'는 특이하게도 자동차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경주대회의 최고봉인 F1(포뮬러 원) 그랑프리가 한국에서도 열리게 되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저가 직접 레이싱팀의 감독이 돼 팀을 창단하고 드라이버를 고용, 훈련시키는 등 팀 운영과 차량운영에 따른 시뮬레이션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또 1대1 대결을 비롯해 그랑프리에 도전할 수 있으며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인해 경기 승패가 좌우된다. 게임 진행 시 피트인, 선수 컨디션, 차량 정비 등 리얼리티 요소를 살려 현장감을 높였다.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FC매니저'의 1차 테스트를 마친 후 오는 19일 2차 테스트를 실시한다. 1차 테스트에선 1주일에 한 시즌을 진행하는 정규리그와는 별도로 FA컵도 진행해 9000여개팀이 참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KTH는 전 세계의 모든 리그에 실존하는 선수들의 방대한 데이터와 현실감 있는 능력치, 다양한 변수를 통해 축구팀을 운영하는 재미를 주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매니저'를 온라인으로 작업해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30구단의 900명 이상의 선수, 감독이 등장하는 플래시 기반 웹게임 '메이저리그 매니저 온라인'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