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는 배역인 트렌스젠더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에서 이 역에 세 번이나 도전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뮤지컬 배우 조정석이다. 그는 5월14일부터 8월14일까지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헤드윅’(연출 이지나)에 출연한다. 가수 김동완, 배우 김재욱도 그와 함께 번갈아 가며 헤드윅 역을 맡는다. 이 역에 관한 한 베테랑급인 조정석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 DS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이른바 ‘트렌스젠더역 종결자’라 불리는 그를 만났다.

“제작진도 매번 ‘헤드윅’ 역에 캐스팅하면서 ‘정석씨가 이번엔 또 어떻게 캐릭터를 풀어갈지 기대된다’고 말씀하실 정도예요. 재미있는 사실은 주변에서 ‘헤드윅’을 탐내는 배우들이 많다는 거죠. 조승우, 엄기준 선배는 이미 출연했고, (김)재욱씨도 평소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래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웃음)

그는 “세 번째 맡는 역할이지만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고 말했다. “살인, 트렌스젠더처럼 경험이 없는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간접적인 경험을 위해 트렌스젠더바와 게이바에 가 봤어요. 거기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데 정말 눈길을 많이 주더라고요. 얼굴이 빨개지고, 너무 창피했어요. 하지만 그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손짓이나 말하는 뉘앙스, 그리고 독특한 감성들 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조정석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선 것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서다. 이후 ‘그리스’, ‘헤드윅’, ‘올슉업’, ‘내 마음의 풍금’, ‘스프링 어웨이크닝’, 트루웨스트 등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면서 그는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신인상(2008)과 남우주연상(2009,2010)을 받았다. 특히 그가 주목받은 것은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서였다.

2006년, 2008년 출연했던 ‘헤드윅’은 조정석이 관객들에게 그의 진가를 보이는 자리였다. 극적인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감정을 무리하게 이입시키지 않는 그의 노련함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평가다.

“헤드윅은 성기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1센티미터가 남아요. 바로 그 남은 1센티미터 때문에 남과 여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인물이죠. 헤드윅의 느낌을 표현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런 점이 마니아에게 적지 않게 어필한 것 같아요.”

‘헤드윅’ 공연 중 일어난 에피소드 하나. 조정석이 ‘슈가 데디’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남성 관객 의자의 팔걸이에 올라타 머리를 향해 ‘카 위시’란 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연기가 있는데, 한 관객이 정말 진지한 눈빛으로 그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조정석은 “당시 정말 당황스럽고, 나의 순결을 빼앗긴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조정석은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그의 첫 드라마인 ‘왓츠업’은 아직 편성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올 하반기 쯤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송지나가 극본을 맡은 뮤지컬 드라마로, ‘빅뱅’ 멤버 대성 등 인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조정석은 “1년 전 촬영을 시작해 거의 마친 상태다. 또 다른 장르에서의 연기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