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 4월의 끝에 동화를 근간으로 한 가요 두 곡이 발표됐다. 빅토리아․크리스탈․설리․엠버․루나로 구성된 f(x)의 ‘피노키오(Danger)’와 ‘핫이슈’ ‘Muzik’ ‘Superstar’ ‘I My Me Mine’ 등으로 섹시함을 어필했던 걸그룹 포미닛(남지현․현아․허가윤․전지윤․권소현)의 ‘거울아 거울아’다. 두 그룹은 각각 와 를 근간으로 한 잔혹동화로 돌아왔다.
f(x)의 음악은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다. 신곡 ‘피노키오(Danger)’는 ‘f(x)스러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그녀들의 가사는, 마치 난이도가 꽤 높은 퍼즐처럼, 혹은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의 팔다리처럼 각각 흩어지며 맞추기가 쉽지 않다.
대강이라도 이해 가능한 가사를 제외하더라도 ‘내 맘을 털어보자 에메랄드 훔쳐봐 그 눈동자 스륵스륵’ ‘징징윙윙’ ‘따라따라따따따’ ‘따따따’ ‘내 맘을 어떻게 해 어릴 적 오빠랑 샀던 인형처럼’ 등의 가사는 그 뜻도, 경험도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팀명처럼 마치 함수를 풀어가듯 노래를 음미해야 비로소 온전해진다.
분명, f(x)는 훈민정음을 훼손하는, 사실 그 보다는 심각한 수준의 가사로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불거졌던 f(x)의 언어 파괴 혹은 재조립에 의해 만들어진 가사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모양이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데다 어느 샌가 같이 흥얼거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번엔 베이커리다. 마카롱, 페스트리, 틈 사이로 스며드는 꿀 등 각종 빵 종류와 재료 등이 등장한다. ‘조각조각 꺼내보고, 부셔보고,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리할거야’라는, 멜로디와 리듬은 귀엽지만 내용은 다소 공포스러운 가사로 인해 ‘피노키오’는 잔혹동화로 탈바꿈한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 에서 공주의 미모를 질투하던 새 왕비는 늘 묻곤 했다. 그리고 거울은 늘 대답했다.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십니다.” 이에 새 왕비는 백설공주를 음해하기 위한 갖가지 독한 수를 쓰곤 했다. 날이 지날수록 그 수는 더욱 독해지지만, 백설공주를 없애는 데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 역시 한눈을 파는 연인 혹은 자신을 봐주지 않는 남자에게 상처받은 여심이 묻어난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니’라는 자조 섞인 가사는 뿅뿅거리는 전자음을 깔고 흐르는 반복되는 경쾌한 멜로디에 실린다.
이전 곡들에 비해 경쾌해졌지만 도발적이고 강력하던 중독성과 여타 걸그룹과의 변별성은 흐릿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내 거울아’를 외쳐야할 것은 발매 전부터 이슈거리였던 ‘쩍벌춤’이나 외모는 아닌 듯하다.
채 스무 살이 안된 멤버가 둘(김현아 1992년생, 권소현 1994년생)이나 된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도발적이고 야한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던 포미닛은 딜레마에 빠질 만하다. 대중들은 그들에게서 ‘음악’보다는 한층 더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섹시함을 갈구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로 인해 이제 웬만한 것으로는 강렬한 자극을 주기 힘들어졌다. 이것이 그들 음악의 정체성이라면 정체성이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이들 중 미성년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고의 잔혹동화는 현실이다
초현실적인 사건이다.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던, 팬과 스타의 사랑이 이루어졌다가 깨졌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깨졌다’가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물며, 열여섯의 소녀였단다.
세기의 로맨스 혹은 순정만화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최고의 막장극으로 치닫고 있다. 열여섯에 만나 우상과 결혼해 10년을 넘게 자신의 존재조차 숨겨야 했던 아내도, 그런 아내를 죄책감에 지켜봐야했던 남편도, 사랑하는 연인이 이혼소송에 휘말렸고 그 상대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대통령임을 안 현재의 연인도, 잔혹동화 속 주인공이다. 진정 드라마는 현실을 미화해 영상화한 것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나저나, 이제 공연장엔 아름다운 여성들이 넘쳐날 것이다. “어제 눈이 마주쳤다”며 공연장으로 향하며 화장을 고치던 여인들, 그리고 '설마? 내게 그런 일이?'라고 포기했던 여성들까지.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결혼 상대는 바로 서태지의 팬 ‘김상은’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