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주포 메시. 스포츠조선DB

왜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세계 최강 클럽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최고의 전략가인 조제 무리뉴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재미없는 '안티 풋불'이라도 상관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다시 꺾고 싶었다. 며칠 전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연장 접전 끝에 1대0으로 꺾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패싱게임으로 똘똘 뭉친 바르셀로나는 똑같이 당하지 않았다. 상대가 거칠게 압박하고 자리를 지키며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그들의 패싱게임을 했다. 마치 '아름다운 축구'가 결국은 '재미없는 축구'를 무너트린다는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보였다.

바르셀로나가 28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0~2011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1차전에서 홈팀 레알 마드리드를 2대0으로 제압했다. 2차전이 남아 있지만 원정에서 두 골을 터트리면서 완승을 거뒀기 때문에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다. 해결사 메시는 후반에 결승골을 포함 두 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주도했다. 정교한 패싱게임을 즐기는 바르셀로나는 두터운 수비 위주로 나온 레알 마드리드를 줄기차게 두드렸다. 중원 사령관 사비의 발에서 시작한 패스는 케이타, 메시 등에게 연결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원이 수비를 했다. 또 바르셀로나가 정교한 패스를 하지 못하게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그냥 내버려두면 바로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메시, 비야, 페드로가 페널티 박스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냈다. 포백 수비 앞에 기동력이 좋은 디아라, 페페, 사비 알론소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해 메시, 케이타, 사비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 끝까지 달라붙었다.

마드리드 선수들은 바르셀로나의 역습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몸을 잡는 비신사적인 행동까지 불사했다. 아르벨로아는 페드로를, 외칠은 다니 알베스를 붙들고 늘어졌다. 뚫려서 위기 상황을 맞느니 옐로카드를 받더라도 사전에 차단하는 걸 선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 내내 끌려다녔다. 수비만 하다가 두 차례 정도 역습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의 문전을 위협했다. 경기 종료 직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대포알 중거리슛을 바르셀로나 골키퍼 발데스가 몸으로 막았다. 전반전 볼점유율은 바르셀로나가 71%였다. 마드리드는 29%. 볼점유율이 전반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슈팅은 나란히 5개씩을 때렸고 유효슈팅은 마드리드가 3개로 바르셀로나(2개)보다 하나 더 많았다. 바르셀로나가 줄기차게 공격했지만 실속은 마드리드가 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외칠을 빼고 아데바요르를 투입했다. 경기 분위기가 바르셀로나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은 후반 15분 페페가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 당하면서다. 마드리드가 수적 열세에 놓였고 더욱 수비 위주로 나왔다. 4-4-1 포메이션을 썼다. 아데바요르를 원톱으로 하고 나머지 8명이 수비에 전념했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23분 비야의 슈팅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혔다. 바르셀로나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후반 25분 지친 페드로를 빼고 아펠라이를 투입했다. 후반 31분 아펠라이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메시가 달려들어가며 논스톱으로 밀어넣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0호골이었다. 이후 바르셀로나는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메시는 후반 42분 질풍같은 단독 드리블 돌파(약 35m) 이후 오른발로 쐐기골(11호)을 뽑았다. 이날 유효슈팅 2개를 모두 골로 연결시키는 빼어난 골결정력을 보여주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동점골을 뽑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자 공간이 넓어졌다. 바르셀로나는 여유있게 볼을 돌렸다. 마드리드는 급했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수적으로도 불리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바르셀로나의 패싱게임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볼점유율에서 72%로 레알 마드리드(28%)를 압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르셀로나의 팀 패스 성공률이었다. 90%였다. 657개의 패스를 시도, 그중 593개가 성공적으로 연결됐다. 사비의 패스성공률은 무려 96%였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팀 패스 성공률이 67%였다. 패스 시도 횟수가 겨우 210개로 바르셀로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바르셀로나의 완승이라고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