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중등 배구의 최강 안산 원곡중에는 지경희(44)의 조카가 뛰고 있다. 지경희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자 실업배구를 주름잡았던 스타다. 공격과 수비, 못하는 게 없는 전천후 선수였다. 지경희의 배구 센스를 그대로 이어받은 지민경(13·1학년)은 원곡중의 주전 센터다.
경기도 시흥 매화초 4학년때 배구공을 처음 잡은 지민경은 불과 3년 만에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은 유망주가 됐다. 벌써 키가 1m81이다. 키가 커 지금은 센터를 보고 있지만 언제라도 레프트 또는 라이트로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감아때리는 파워과 기술이 벌써 중학교 수준을 넘어섰다.
지민경의 놀라운 성장에는 고모인 지경희의 도움이 컸다. 지경희는 1990년대 후반 선수 은퇴 이후 현재 경기도 과천 어머니배구단에서 일반인을 가르치고 있다. 지민경이 배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고모의 권유 때문이었다. 실업 선수 출신인 어머니(이옥순)의 유전자까지 물려받은 지민경은 초등학교에 들어 갈 때부터 키가 또래 보다 10cm 이상 컸다. 또 고모의 선수 시절 경기 비디오 테이프와 사진 등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지민경은 요즘도 일부러 시간을 내 고모에게 배구 과외를 받는다. 고모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수비와 공격 자세를 교정 받는다. 그는 "우리 고모는 엄청나게 무섭다. 정도 많지만 저에게 배구를 가르쳐 줄 때는 무척 엄하다"면서 "나중에 큰 선수가 되고 나면 내 공을 잊지 말라는 농담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지민경은 원곡중이 최근 끝난 2011년 춘계연맹전에서 우승하는데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 덕분에 원곡중은 2011년 터키 월드 칠드런스 게임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처음으로 나온 해외 대회라 무척 낯설었다. 지민경은 터키 앙카라 도착과 동시에 감기에 걸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네덜란드전, 핀란드와의 준결승전에서 제 실력 발휘를 못했다. 김동렬 원곡중 감독이 정신차리라며 꾸지람을 하자, 경기 도중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민경은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 하지만 큰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꼭 내 이름 석자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카는 고모 보다 더 유명한 선수를 꿈꾸고 있었다. 앙카라(터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