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아름다운 이별'에서 배종옥의 바쁜 큰딸 역을 맡은 박하선. 안정적인 감정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wook@sportschosun.com

"김소연, 이미연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

"40대까지 지금 얼굴로 쭉 가고 싶다"는 25살 여배우 박하선. wook@sportschosun.com

배우 박하선은 꽃다운 스물 다섯이다. 하지만 1987년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MBC 드라마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을 하면서 보여준 청초하면서도 성숙한 이미지가 커서일까. 최근 출연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도 원래 나이보다는 다소 많아 보이는 배역이다. 다소 우수에 차 보이는 듯한 눈매는 스크린에서나 실제로 봤을 때나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 이 나이는 다시 오지 않는데…속상해요"라고 말하는 박하선은 어린 소녀처럼 장난스러운 눈빛이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아버지 아프셨던 실제 경험 녹여

박하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유부남과 연애중인 장녀 역할을 맡았다.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며 연애와 일 때문에 엄마의 건강에는 신경쓰지 못하는 딸이다. 박하선은 "스무 살 때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셔서 거의 돌아가실뻔 했고, 나도 장녀인데다 남동생도 있다"며 "처음에는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싫었는지 NG를 많이 냈다"고 촬영 비화를 전했다. 민규동 감독은 그런 박하선에게 "그냥 너 자신처럼 연기하라"고 주문했다고. 박하선은 곧 감을 잡고 캐릭터에 동화됐다. "제가 감 잡기 전까지 정말 NG를 많이 냈는데, 배종옥 선생님께서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으시면서 '네 나이 때는 뭘 해도 다 단점이니 편하게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지금은 노안(?)이지만….

극중 박하선의 삼수생 남동생 역할은 동갑내기 배우 류덕환이 맡았다. 20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고교생 역에 무리가 없는 류덕환보다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는 박하선이 동갑이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 박하선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제가 노안(?)이지만 이 얼굴로 오랫동안 계속 가려고요"라며 웃었다. "김소연 선배님이나 이미연 선배님처럼 되는 게 제 목표예요. 10대에 데뷔했을 때부터 성숙한 이미지였지만 지금까지 별 변화가 없고, 오히려 두 분 다 동안이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차기작 '챔프'에서도 28세로 등장한다. "제가 아직 20대 후반의 경험이 없다 보니 역할에 맞춰서 상상을 해야 해서 지금은 어려워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연기하기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얼굴로 40대까지 유지해서 동안이란 소리 들을 거예요.(웃음)"

▶선생님들께서 "넌 사극이야"라시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박하선은 대선배 김지영으로부터 "우리 왕후님, 넌 역시 사극이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고전적으로 생겼다고 계속 사극만 하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세요. 하지만 이제는 나이에 맞는 젊고 트렌디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밝은 캐릭터는 아니죠. 저보다 훨씬 나이많은 사람과의 로맨스도 있고요." 그런데 밝은 역할이 하고 싶긴 해도 오히려 어렵다고. "밝은 역할이 굉장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맡아 온 다소 심각하고 어두워 보이는 역할이 좀 편하기는 해요. 제 모습 자체를 보여주는 게 아직 편치 않아서 그런 듯해요. 실제로 보시면 많이 놀라셔요. 생각보다 말도 많고 밝은 성격이라고요."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박하선은 내심 '인간적인 악역'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박하선은 "요즘은 '백야행'의 손예진 선배님 같은 역할에 끌리네요. 그런 기회도 저한테 좀 주어지면 좋겠어요"라고 살짝 희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