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광민 기자]2011시즌 프로야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도 22경기가 열렸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보크'였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현재까지 총 6차례 보크 판정이 나왔습니다. 6일 목동 두산전에서 김성현(넥센), 13일 문학 SK전 안승민(한화), 그리고 20일 대구 삼성전 윤석민(KIA), 그리고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보크가 무려 3개나 나왔습니다. 경기 승패도 보크로 엇갈렸습니다.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28)가 2개, SK 선발 '큰' 이승호(35)가 1개를 기록했는데요.

지난 2008년 504경기에서 총 27개, 2009년 532경기에서 총 23개, 2010년도 532경기에서 총 28개의 보크가 선언됐습니다. 올 시즌은 벌써 6개가 지적돼 지금 페이스라면 역대 시즌 보크 기록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KBO가 올 초 발행한 한국프로야구 2011년 버전 야구 규칙집에 따르면 '보크란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투구행위다. 이때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규칙집 112페이지 '8.05'를 보면 'a부터 m'까지 크게 13개 항목에 대해서 보크 규정을 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보크를 지적당한 선수와 구단은 보크 기준을 놓고 쉽게 납득하지 못한 반면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과 최규순 심판은 명백한 보크라고 말했습니다. 야구팬들 뿐 아니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보크가 맞다, 아니다'라고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지난주 경기장에서 만난 감독과 선수들은 심판들에게 "보크 기준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히 알려달라"는 의견을 내놓았고요. 심판들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 친절히 답변해 주겠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우 막상 심판들과 얼굴을 맞대면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할 것 같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을 통해 선수와 심판이 서로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23일 잠실에서 최규순(44) 심판을 만났습니다. 최 심판은 1991년 입사해 올해로 포청천 경력만도 20년째,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서만 1666경기에 출장해 현재 1군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보크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심판은 "투수가 누상에 주자가 있는데 그 주자를 기만하거나 속이려고 하는 행위를 보크로 본다. 즉, 투수가 룰 이외의 행동으로 주자를 속이는 것을 심판은 보크로 선언한다"고 정의했습니다.

올 시즌 보크 수치가 예년에 비해 높은 이유에 대해 최 심판은 "2011년도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 그리고 현장에 가서도 충분히 설명을 했다. 사실 그전에는 보크 판정에 등한시 한 경향이 있었다. 보크에 대해서 너무 풀어줬다. 아,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섰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안 잡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상적으로 보크를 잡는 것이다. 보크를 잡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올해 잡은 거 다 분석해 보니까, 다 보크가 맞다. 선수, 구단들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규칙집에 규정된 13개 항목 중에서 특히 어떤 부분에서 투수들의 위반 행동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최 심판"은 보크 항목 'c'항과 'm'항 위반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좌투수가 1루 견제할 때 보크에 많이 걸린다. 특히 자유족(오른발) 각도가 홈플레이트 쪽으로 향하면서 1루쪽에 견제를 한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주자는 1루 견제에 걸려 아웃 된다. 그리고 퀵 피치도 문제다. 셋 포지션 자세에서 어느 정도 정지를 한 다음에 공을 던져야 하는데 너무 짧은 시간만 멈추고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좌투수 1루 견제 시 오른발의 각도는 어느 정도까지 되어야 보크로 선언되지 않을까요. 최 심판은 "자유발이 1루 베이스코치 안쪽 라인까지는 들어와야 보크로 선언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퀵 피치 선언은 최소 1.5초(똑 딱 똑)는 공을 가지고 있은 뒤 투구를 해야 지적 당하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최 심판은 또 좌투수 1루 견제시 오른쪽 골반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골반이 홈쪽으로 1루에 견제구를 던지면 주자는 100% 죽는다. 골반이 홈으로 향하면 무조건 홈으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코리안특급'박찬호(38, 오릭스 버팔로스)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보크를 자주 범하면서 우리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에 최 심판은 "전혀, 전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우리 규정대로 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다"고 말했습니다.

최 심판은 또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우완 투수가 견제를 할 때 오른쪽 다리를 튕기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것도 명백한 보크다. 튕기는 동작을 할 경우 주자는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고 다 속게 된다. 그리고 우완투수가 왼쪽 어깨를 안으로 집어 넣으면서 견제를 한다. 이것도 보크다. 이 경우도 주자는 홈에 공을 던지는 줄 알고 1루에서 아웃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규정집에 나와있지 않은 보크 선언 항목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심판들도 나름대로 보크 판정을 강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최 심판은 "과거 보크 판정 동영상도 지켜봤다. 경기 중에서 스트라이크, 볼, 아웃, 세이브 뿐 아니라 투수에 대한 행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보크는 경기 흐름 속에서 매우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놓치면 경기는 진행이 된다 투수 입장에서는 주자를 속이는 것도 있지만 심판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 속으려고 더욱 더 집중해서 본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심판은 "심판은 경기 진행에 있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보크 판정도 마찬가지다. 경기 진행을 위해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야구팬들께서도 염려 하지 마시고 심판에 대한 믿음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선수들과 감독들은 보크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알려달라고 했는데요. 이 시간을 통해 충분히 확인 하셨을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경기 전 심판실에 가셔서 물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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