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14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작년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아예 토론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표적인 MB(이명박) 악법"이란 이유에서다.
북한인권법은 통일부 장관이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을 수립·집행하고, 북한인권재단을 만들어 북한 인권 침해사례와 증거를 수집·기록·보존하고 북한 인권 개선에 힘쓰는 단체들의 경비를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런 상식적 법안이 2005년 17대 국회 때엔 한나라당이 발의했다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자동폐기되더니 18대 국회 들어 2008년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다시 제출한 이후에도 이 모양 이 꼴로 팽개쳐져 있다.
미국 의회는 2004년, 일본 의회는 2006년 각각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고, 유엔은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 법과 결의에 따라 미국엔 북한인권특사, 유엔에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활동 중이다. "북한 인권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까지 규정한 미국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예산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 관련 단체들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바로 이 미국 법안을 참조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이 법안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다른 나라가 우리 법을 참조해서 법을 만들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뒤늦게 남의 나라 법안을 본뜬 법안을 만들어 그것도 6년 넘게 방치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는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민주당은 북한 인권 현황에 대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민주당 정권의 햇볕정책 시대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줄어들기라도 했는가. 그때에는 공개총살이 줄어들고 북한 주민들이 거주이전의 자유와 사상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리기라도 했는가. 민주당은 무슨 생각으로 북한인권법을 깔아뭉개고 있는지 국민에게 보고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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