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북촌에 이어 '서촌(西村)' 지역이 문화와 관광의 요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서촌이라는 이름을 '세종마을'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복궁 서쪽 지역 일대를 아우르는 '서촌'이란 이름은 대략 200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작년에 마친 '경복궁 서측 지구단위 계획'에 따르면 서촌은 현재 체부동·궁정동·누상동·누하동·옥인동·창성동·효자동·통인동·적선동·필운동·내자동·통의동·사직동·신교동·세종로동 일대를 말하고 있다.

서울 북촌에 이어 문화와 관광의 요지로 떠오르고 있는‘서촌’지역의 한옥촌.‘ 서촌(西村)’은 경복궁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불려왔는데, 최근 일부 시민들이‘세종마을’로 부르자며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서촌이란 이름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북촌은 옛날에도 북촌으로 불렸지만 서촌은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오히려 이 지역은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으로, 세종대왕은 문화와 과학, 성군의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세종마을'로 부르는 것이 좋다"며 "시민들도 '세종마을가꾸기회'를 만들어 세종마을로 부르자는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마을가꾸기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기태씨는 "서촌은 '해가 지는 쪽'이라는 의미가 있어 어감도 좋지 않고 시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며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인 만큼 세종마을로 부르는 게 좋겠다는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다음 달 15일 김영종 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마을 선포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과 '세종마을가꾸기회'의 움직임에 대해 한편에선 "일본인 관광객이 '서촌'이라고 쓰인 관광지도를 보고 찾아올 만큼 국내외적으로 정착한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올 초 이 지역 정보지를 창간한 설재우 '서촌라이프' 대표는 "서촌이라는 이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 왜 굳이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작년 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낸 지역 자료집에는 '서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이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조명하기도 했다. 자료집엔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 지역을 일컫는 지명으로 성곽으로 에워싸인 조선시대 한양의 서북쪽에 위치한 지역"이라며 "경복궁 서측 지역을 서촌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했던 용례는 옛 문헌기록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유사한 예는 몇몇 문헌에서 확인된다"고 되어 있다.

통의동에 살고 있는 건축가 황두진씨는 "지역을 통칭하는 이름은 자연발생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며 "만약 서촌이라는 이름을 바꾼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