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내놓고 얘기는 못했지만 수많은 바둑팬들의 속내처럼 결국 최고 승부사들이 진검을 겨루게 됐다.

구리 9단 허영호 8단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이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는다.

이세돌 9단

바둑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빅카드다.

구리9단

둘은 83년생(28) 동갑내기다. 이세돌은 전기대회 우승자, 구리 9단은 초대 챔피언이다. 나이로 보나 기력으로 보나 '절대 내공'의 라이벌이 아닐 수 없다.

이세돌 9단은 19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 4강전에서 난적이자 차세대 기대주 박정환 9단에게 296수 만에 백 3집반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이름에선 이 9단이 단연 앞서지만, 쉽지 않은 대국이었다.

사이버오로에서 당일 대국을 해설한 이현욱 7단은 "난전을 알기 쉽게 마무리하는 이세돌 9단의 천재성이 빛난 한 판"이라고 했다.

목진석 9단은 "초반은 이세돌 9단이 상당히 안 좋았고 우상귀에서 흑이 패가 아니라 빅을 선택했다면 더 어려운 바둑이 되었을 것"이라며 "두 천재가 서로 상대의 주문을 거스르면서 명승부를 합작했다"고 평했다.

이세돌 9단은 국후 인터뷰에서 "워낙 내용이 좋지 않아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박정환 9단이 아직 경험이 부족했던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결승전에 누가 올라와도 상관은 없지만,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또 한판의 4강전에서는 구리 9단이 허영호 8단에게 19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결승에 합류했다.

지난해 생애 첫 결승무대인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1대2로 아쉽게 패한 허 8단으로서는 설욕의 기회를 놓친 통한의 패배일 수 밖에 없었다.

어렵게 승리한 탓인지 구리 9단은 대국이 끝난 뒤 20여분이 지났는데도 얼굴은 상기된 상태였다. 구리는 "오늘 바둑은 기복이 굉장히 심했는데 운 좋게 이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돌은 강한 실력을 가진 기사다. 예전 LG배 결승에서는 내가 운좋게 이긴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고 결승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결승에서 맞붙은 대결은 지난 2009년 13회 LG배 결승에서다. 당시 구리 9단이 2승으로 승리했다.

역대 공식 전적에서도 구리 9단이 8승5패로 앞서 있다. 그렇지만 중국리그와 남방장성배 대결까지 포함하면 11승11패로 팽팽히 맞서 있다.

최근 전적만을 놓고 보면 이세돌 9단이 2연패했다.

이세돌 9단으로선 이번 이번 BC배 결승전이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결코 물러날 수 없는 한판대결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승을 바라보는 프로기사들의 전망도 쉽지는 않다.

명지대 정수현 교수는 "그동안 구리 9단이 이세돌의 천적으로 자리잡았기에 쉽지않은 승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최근 기풍이나 인격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기에 결과는 반반"이라고 예상했다.

최규병 9단은 "최근 데이터만 놓고 보면 이세돌 9단이 분명 앞선다. 하지만 둘의 기질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5번기이지만 단판승부나 다름없다는 면에서 5대5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최근 성적은 최고다. 반면 구리 9단은 BC카드배만 제외하곤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기세로 볼 때 이세돌이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의 평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들의 결승 5번기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특별대국장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초의 상금제와 전면적 오픈제를 채택한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우승상금은 3억원(준우승 1억원)이다. 5번기 결승은 제한시간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이세돌 9단의 2년연속 우승, 구리 9단의 패권 탈환?'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최고의 빅카드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이 결승에서 맞붙는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 구리 9단과 허영호 8단(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