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神託)을 받자 끔찍한 운명을 피하려고 방랑길에 오른다. 그는 좁은 길에서 마주친 마차 탄 노인이 길을 비키라고 채찍을 휘두르자 격분해 노인을 죽인다. 나중에 그 노인이 아버지였음을 알고 스스로 눈을 뽑아 실명시킨다. '부친 살해'는 서양문학의 주요한 모티브다.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우리 존속살해 범죄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새 5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 2009년 4.2%, 2010년 5.3%로 증가 추세다. 프랑스(2.8%) 미국(2%) 영국(1%)보다 훨씬 높다. 존속살해의 46%가 정신분열 병력이 있는 자녀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존속폭행·존속상해 사건도 해마다 400~500건씩 일어난다.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가 형법 '살인의 죄' 장(章)에 있는 존속살해 조항을 삭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부모와 장인·장모 등 자신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했을 때 적용되는 존속살해죄는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다. 이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계비속이라는 신분 탓에 다른 범죄자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영미법계 국가는 존속 범죄를 가중 처벌하지 않는다. 일본은 1973년 위헌결정에 따라 폐지했다. 반면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존속뿐 아니라 비속이나 배우자 살해도 가중 처벌한다. 우리는 2002년 헌법재판소가 존속범죄 가중 처벌에 대해 전원일치 합헌결정을 내렸다.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을 이루는 가치질서"라며 "효(孝)의 정신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지난 2월 형사소송법의 직계존속 고소 금지조항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존속살해 사건은 신문에 싣기도 끔찍한 패륜 범죄라고 해서 보도 자체가 금기였다. 독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존속은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져 인륜과 사랑으로 유지되는 관계다. 이해관계나 수지타산으로 이뤄지는 관계가 아니다. 존속살인을 엄벌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근간인 가정의 붕괴를 방치하는 꼴이 될 것이다.

[찬반토론] 차별적 조항인 존속살해의 가중은 폐지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