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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나 배우자의 부모 등 직계존속(直系尊屬)을 살해하면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현행 존속살해죄 조항이 형법에서 삭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18일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 전체회의에서 형법 '존속살해' 조항을 없애기로 하고 개정시안을 마련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특위 위원 24명 가운데 다수는 "존속살해 조항은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고려할 때 차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측은 이에 대해 “회의에서 안건이 거론됐고 다수가 ‘존속살해죄’ 조항 삭제에 동의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개정시안이 마련된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마련하더라도 이번 국회에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에 총선이 있음을 감안하면 일러도 내년이나 내후년은 되어야 이 안건이 본격적으로 물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위는 존속살해죄를 삭제하는 대신 유기징역 상한을 높인 개정 형법에 따라 구체적인 양형은 재판 단계에서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위 관계자는 “한 달에 1~2번 있는 회의에서 계속해서 이 안건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존속살해는 과거부터 위헌논란이 있던 조항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 특유의 유교적 문화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 조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존속살해죄’가 없어지게 되면 효(孝)라는 전통 사상을 경시하는 사회풍조가 조장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패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존속살해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검찰관계자는 “이 조항 삭제는 사회의 가치관 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관계자도 “경각심 측면에서 존속살해죄는 두는 것이 맞겠지만, 양형 문제라 실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