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봄눈으로 산수유꽃이 활짝 피지 못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봄꽃 축제에 봄꽃이 없다?
지난 9일, 산수유꽃 축제가 한창이던 이천시 백사면 일대에는 "관람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봄이면 이 마을은 개나리·벚꽃보다 먼저 피어나 '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산수유가 장관을 이룬다. 1만7000여 그루에서 피어나는 노란 꽃의 만개(滿開)에 관람객들은 흥에 취한다. 이 마을은 이 같은 장관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산수유꽃 축제를 열고, 올해는 지난 8~10일을 '제12회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 축제일로 잡았다.
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지난 주말에 봄꽃 구경을 나섰던 20만명(마을 추산)의 관람객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축제에 제일 중요한 ‘봄꽃’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올봄 저온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 해마다 4월 초에 산수유꽃 축제를 하던 이 마을에서는 원래 지난 1일부터 축제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꽃망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산수유나무 때문에 일주일을 연기해 8~10일로 축제 일자를 옮겼다.
경기도 이천시 관계자는 "올봄에는 이상하게 추위가 이어졌던 탓에 산수유꽃이 덜 핀 경우가 많아 걱정이었다"며 "동해(凍害)를 입은 나무도 많아 꽃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축제 기간에도 활짝 피지 못한 산수유꽃들로 관람객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마을 축제추진위원회 측에서 '죄송하다'는 현수막까지 붙이게 된 것이다.
추진위 이남표 사무국장은 “3월 중순 눈이 한 번 내리고 나서 강추위가 찾아와 상한 꽃망울이 많았던 것 같다”며 “꽃이 활짝 피는 시기는 거의 맞췄으나, 워낙 상한 꽃봉오리가 많았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뒤편 윤중로에서 해마다 열리는 ‘제7회 한강 여의도 봄꽃 축제’도 벚꽃이 제대로 안 펴 아우성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영등포구는 지난 7일에서야 사실상 축제 시작 기간으로 여겨지는 윤중로 일대 교통 통제 시기를 ‘8일’에서 ‘11일’로 부랴부랴 변경했다.
축제를 시작하기에는 벚꽃이 너무 덜 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기상청에 자주 문의해서 개화 시기를 예측하고 축제 날짜를 잡았다"며 "하지만 지난 겨울과 이번 봄 날씨가 변덕이 심해 벚꽃이 활짝 피지 않아서, 일정을 다소 연기해 11일부터 축제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벚꽃도 제대로 피지 않았는데 주변 교통 통제만 해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일부 시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 일대로 출퇴근을 한다는 전수환(58)씨는 “윤중로에 벚꽃이 제대로 피지도 않았는데 축제를 한다는 것은 구청 직원들의 탁상행정 때문인 것 같다”며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한다고 교통 통제를 해서 출퇴근길 불편만 가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