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도 매서운 타자들이 개막 초반 프로야구를 점령했다. 11일 현재 각종 타격 순위 상위에 랭크된 김선빈 이용규(이상 KIA), 손시헌(두산), 정근우(SK ). 그래픽=김변호 기자 bhkim@sportschosun.com

'키작은 거인들'이 개막 초반 프로야구를 점령했다.

단신(短身)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각종 타격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맹렬한 기세로 첫 열흘을 보냈다.

▶1㎝ 자란 김선빈, 이수근의 강호동급 성적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KIA 김선빈이다. 키 1m65의 김선빈은 타율 5할(공동 1위), 10타점(2위), 6도루(2위), 13안타(1위) 등 최고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2008년 데뷔후 지난해까지 통산 1홈런이었던 김선빈은 올시즌 벌써 1호 홈런을 터뜨린 상태다.

김선빈은 올해 프로야구 등록선수 가운데 최단신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만21세 김선빈의 키가 최근 3년간 1㎝가 컸다는 점이다. KBO가 발표한 등록선수 공식자료에 따르면 김선빈은 2008년에는 1m64로 최단신선수였다.

대개 선수들의 실제 키는 KBO 공식프로필에 나온 것보다 작다. 운동화를 신고 잰 경우도 있고, 고교때 어떻게든 프로 지명을 받기 위해 약간씩 올려잡았던 수치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김선빈 역시 실제 키는 1m65가 안 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평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키작은 거인'의 초반 기세가 더욱 돋보인다.

▶스피드에 클러치능력을 더하다

보통 키작은 선수들은 테이블세터진에 포진하며 출루율과 작전수행능력이 중시된다. 아무래도 스피드 측면의 강점이 부각된다. 하지만 개막 초반의 '키작은 거인들'은 클러치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공식프로필상 1m75인 KIA 이용규가 타율 4할2푼9리, 6타점이다. 타점 공동 6위. 1m72의 두산 손시헌도 타율 4할7푼4리 5타점, 역시 1m72의 SK 정근우도 타율 4할에 5타점이다.

김선빈까지 포함해 이들 4명의 합계 26타점은 11일 현재 롯데(25타점), 넥센(24타점), 한화(23타점) 보다 많다. 타점 상위권 선수 4명의 성적을 합하면 당연히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평균 키 1m71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타점 행진이 돋보인다. 실제 키는 평균 1m71이 안될 것이다.

특히 손시헌과 김선빈은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사실이 그들의 성적을 더욱 빛나게 한다. 물론 시즌이 진행될수록 이들의 타점 공헌도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보여주는 수치만으로도 팬들은 즐겁다.

▶역대 '키작은 거인' 누가 있었나

빙그레 시절의 이정훈이 1m71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매섭게 배트를 돌린 타자였다. 91년(0.348)과 92년(0.360)에 수위타자를 차지했다. 1m73의 해태 이순철은 92년에 최다안타왕(152개)에 등극했다. 최고 외야수로서 도루왕도 세차례 차지했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타자였다.

OB 김광수는 1m68의 키로 야무진 플레이를 펼친 2루수였다. 뛰어난 수비와 통산 190개의 도루 외에도 306타점으로 만만치 않은 타점 능력을 보였던 케이스다. 키 작은 선수들은 아무래도 평균적으로 파워가 약하다. 대신 배트 컨트롤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한때 '루저'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선 키 작은 선수라도 얼마든지 거인이 될 수 있음을 이들이 증명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