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 강동대로. 20여개의 대형 약국이 늘어서 있는 이 길가에선 20여명의 '약국 호객꾼'들이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큰 동작으로 팔을 흔들며 "우리 약국으로 오세요", "역까지 편하게 모셔다 드립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검정 마스크와 여러 가지 색깔의 모자를 눌러 쓰고 주황색·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고 있어 한눈에 호객꾼들임을 알 수 있다. 차량이 지나가면 경광봉을 흔들어대며 손님을 끌고, 약국 앞에 승용차나 택시가 멈춰 서면 차 문을 열어주고 약국으로 안내하기 바쁘다. 이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도 10여명의 호객꾼들이 분주하다.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을 자신들의 약국까지 태우고 갈 '약국 셔틀버스'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2동 서울아산병원 맞은편 약국거리 앞 차도에서 호객꾼들이 눈에 잘 띄는 형광 조끼를 입고 “우리 약국으로 오라”며 경광봉을 흔들고 있다.

약사법 위반인 이런 호객 행위가 극성인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독특한 입지 때문이다. 대형 병원의 경우 정문 근처에 대형 약국들이 늘어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올림픽대로, 성내천, 학교·세무서 건물, 풍납토성으로 포위돼 있어 약국이 가까이 들어설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약국들이 모두 병원에서 300~500m 정도 떨어져 있다. 노인이나 임산부 등 환자들에게는 꽤 먼 거리다. 호객꾼들이 안내하는 '약국 셔틀버스'가 환자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 병원이 동서울터미널과 인접해 지방 환자들이 많다는 점도 유별난 영업의 한 이유다.

당뇨나 관절염 등 지병을 앓는 지방 환자들은 한 번 올 때마다 3~6개월치 약을 대량으로 처방받아 구매하기에 약국 입장에서는 'VIP 고객'들이다. 지난해 송파구보건소가 약국 4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8개 업소를 고발했지만 호객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