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선석(船席:부두에 배를 대는 곳) 수가 이달로 100개를 넘겼다. 지난해까지 인천항의 선석 수는 모두 99개였다. 그런데 이달 초 대한통운이 북항부두에 선석 2곳을 더 개장함으로써 인천항 개항 128년 만에 100개 선석 시대를 열었다.

6개 부두에 101개 선석 갖춰

현재 인천항은 모두 6개 부두를 갖고 있다. 이 중 월미도에 있는 내항(內港) 부두가 48개의 선석을 갖춰 그 수가 가장 많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부두인 내항은 바닷물을 안에 가둬 밀물·썰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배가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갑문시설(dock)을 갖추고 있다. 인천 앞바다는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의 높이 차이가 10m가 넘을 정도다. 그래서 물때에 맞춰 배를 대거나 빼기가 어렵기 때문에 물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이런 시설을 만든 것이다. 이 갑문 시설은 동양에서 가장 큰 것으로 5만t급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내항에서는 자동차·곡식·잡화류를 주로 처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생긴 곳도 이곳이다. 다음은 목재와 잡화·고철 등을 주로 처리하는 북항부두가 이번에 문을 연 것을 포함해 모두 21개의 선석을 갖추고 있다. 북항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3개 선석이 더 문을 열 계획이다. 모래와 석탄·컨테이너를 주로 처리하는 남항부두는 15개의 선석을 갖고 있다. 주로 소형 화물선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물자교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통일 준비 항구'라는 것이 항만청의 설명이다. 중구 항동에 있는 연안항은 10개의 선석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연안·국제 여객터미널이 있어 백령도·제주도 등의 국내 섬은 물론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밖에 영흥도 부두에 4개, 송도 부두에 3개의 선석이 갖춰져 있다.

인천항 부두에 배를 댈 수 있는 선석이 100개가 넘었다. 사진은 배가 정박해있는 인천항.

인천항 한해 화물처리 1억5000만t

인천항의 한 해 화물 처리량(지난해 기준)은 1억4978만5000t으로 전국 주요 항구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전국 항구 화물의 12.4%를 처리했다. 1등은 부산항(화물처리량 2억6207만t), 2등은 광양항(〃 2억669만1000t), 3등은 울산항(〃 1억7166만4000t)이다. 인천 다음은 평택·당진항이 7668만1000t으로 5위를 차지했다. 수출입에 사용되는 컨테이너의 처리량으로만 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부산항이 108만9614TEU(컨테이너 화물을 나타내는 단위로,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가리킴)를 처리해 단연 1위 자리에 서 있다. 인천항은 11만2266TEU, 광양항은 16만6963TEU를 처리했다. 이 같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세계 5위 수준이다. 1~4위는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홍콩·선전이 차지했다.

인천항 1883년 개항

인천항(제물포)은 1883년(고종 20년)에 문을 열었다. 개항 당시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제물포는 이후 국제항구도시로 빠르게 변화해 나갔다. 1907년 당시 인천항의 무역 액수는 국내 전체의 50%에 이르렀고, 광복 직후 6·25 전쟁 전까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이 전국 총 수입의 85~94%에 달했다. 그러나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대부분의 항만 시설이 파괴돼 항구의 기능을 거의 잃게 된다. 하지만 1973~1978년에 인천항 1단계 개발사업이, 1981~ 1985년에 2단계 개발사업이 벌어지면서 국제항으로서의 기능을 되찾게 됐다. 인천항은 이제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위치에 공항과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를 두루 갖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제 역할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