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송 국민대 연구교수

일본에는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는 말이 있다. 16세기 말 일본은 70여 소국이 난립하며 항쟁하고 있었다. 이들 소국 영주 중에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다음으로 큰 세력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몇 차례에 걸쳐 사활을 건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다케다가 현재의 시즈오카현 일대를 침공했다가 태평양 쪽에서의 소금 반입을 봉쇄당했다. 다케다의 영지는 내륙이었기 때문에 곧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이때 동해에 면해 있는 현재의 니가타현 일대를 지배하던 우에스기가 소금을 보내 도와주었다. 이 일화에서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도울 때는 돕는다는 의미로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는 말이 유래되었다.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는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기술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검정결과를 발표하고, 이틀 후에는 같은 내용의 외교청서를 발표했다. 오는 7월경에는 마찬가지 내용이 담긴 방위백서도 발표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매년 되풀이될 것이다.

독도는 대한민국이 확고하게 실효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외교청서는 1963년판부터, 방위백서는 1978년판부터 독도에 대해 언급해 왔으며 일부 교과서도 1993년부터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기해 왔다. '천지개벽을 두 번 해도' 우리의 영토인 독도이지만 일본 정부로서도 영유권 주장에서 뒤로 물러설 수도 발을 뺄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것이 영토에 대한 국가의 논리이며 국제정치의 현실인 것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실효지배 강화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쓸데없는 예산 낭비이며 양국의 대응 수위를 높이는 우책이 대부분이다.

한편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의 여파로 동일본 대지진 의연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일본 정부가 아니라 일본 사회를 비난하는 여론이 증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은)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적했듯이 영토 문제와 인도적 차원의 지진 피해 지원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본 사회는 독도 문제의 관점으로만 한국 사회를 보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이 대재앙에 처했을 때 한국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도 볼 것이다. 우선은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 것이 의로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