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낮 12시 10분쯤 경기도 분당의 '더 복싱 다이어트클럽'(230㎡·약 70평). 인근 회사 30대 직원 7명이 점심을 거른 채 우르르 몰려왔다. 체육관은 곧 샌드백 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송모(32) 과장은 "점심식사 후 오후에 졸리기만 한데, 복싱을 하면 온몸이 깨어난다"고 했다.

5일 오후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더 복싱 다이어트클럽’에서 남녀 직장인들이 복싱을 배우고 있다. 이 체육관 전체 회원 200여명중 75% 정도가 직장인일 정도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복싱 열풍이 불고 있다.

이날 송 과장은 회사 동료 최모(36) 과장과 스파링을 했다. 두 사람은 잽과 훅을 교환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최 과장은 "복싱의 매력은 해봐야만 안다"며 "6개월 전 복싱을 하다 왼쪽 갈비뼈 1대가 부러져 5주를 쉬어야 했지만 도저히 끊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이 체육관 황원진(37) 관장은 "송 과장 회사에서만 20명이 우리 체육관에 다닌다"며 "작년 말부터 회원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 체육관에는 3개월간 89명이 새로 등록했다. 전체 회원 200여명 중 75%가 직장인이다.

복싱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직장인 복싱 인구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해 서울 강남, 경기 분당 등 오피스타운 근처에 문을 여는 복싱체육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록키 복싱체육관 김동칠(48) 관장은 "3~4년 전까진 다이어트 목적으로 잠깐 하다 마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1~2년 전부터는 복싱을 하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연구원 홍모(27)씨는 2년 전부터 복싱을 시작, 2010년에는 서울신인아마추어복싱대회(50㎏ 미만급)에서 동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키 163㎝에 몸무게 43㎏로 허약체질이었던 홍씨는 "복싱을 하면서 몸무게를 47㎏까지 늘렸고 몸매도 좋아졌다"고 했다. 홍씨가 복싱을 시작하고 6개월 뒤엔 홍씨 아버지·어머니·남동생도 같은 체육관에 등록했다. 홍씨는 "복싱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아마추어대회 2분 3라운드를 위해 한 달간 식사량 조절, 지구력 훈련 등을 해야 한다"며 "누굴 때려서 이기는 성취감보다 스스로를 극복하는 용기를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 했다.

지난달부터 복싱을 새로 시작한 간호사 김규리(28)씨는 "복싱 특유의 타격감 덕에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며 "복싱으로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까지 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달 16일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탤런트 이시영(오른쪽).


한국권투인협회 이상호(52) 사무총장은 "탤런트 이시영씨가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체육관마다 직장인·여성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