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기드라마일수록 주인공들한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 주역들을 더 반짝이게 하는데는 뭐니뭐니해도 저같은 숨은 조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화려한 조명은 못받아도 연기파 배우란 자부심은 있지요."
얼마전 MBC TV 주말특집극 '욕망의 불꽃'에서 '양부장'이란 조역을 연기했던 중견탤런트 양승걸.
"애초 이순재 회장님 비서로 잠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세 아들을 한번씩 번갈아가며 모시다 보니 24회 이상 출연하게 됐지요."
그는 평범한 얼굴임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천상 배우의 모습을 가졌다. 그동안 형사, 변호사, 택시기사, 회장 비서, 사또, 충신 등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배역을 섭렵해왔지만 역할이 크든 작든 전력을 기울이는 프로연기자다.
이 드라마에 앞서 SBS TV 드라마 '대물'에서는 권상우 검사의 검찰 수사관 송계장 역으로 출연했다.
"배우한테 특정 캐릭터가 정해져있는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형사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그동안 출연한 수십편의 주요 작품중 절반 이상이 수사관 역이다. 다음달 개봉을 앞둔 영화 '체포왕'에서는 은평경찰서장으로 등장한다.
"7~8년전 MBC에서 방영된 수사극 '죄와 벌'에서 무려 1년6개월을 형사 연기를 했어요. 이후 부터는 드라마든 영화든 형사나 수사관 배역이 많아졌죠. 사실 제 외모가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깡패나 악당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
양승걸은 1987년 극단 맥토에 입단하면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무려 25년째 연극무대를 지켜온 연기파 배우다.
90년대 중반 인기개그맨으로 주가를 올리던 고 김형곤과의 인연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당시 김형곤이 제작한 연극 '등신과 머저리'에서 1인14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를 계기로 TV 출연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무대에 올렸던 연극작품은 지난 연말 세실극장에서 공연된 '맛술사'가 있고,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과천 과학관에 올려질 넌버벌 타악 퍼포먼스 공연 '재미타'를 준비중이다.
지금껏 '맞짱 부부' '외딴섬 자겁맨' '신방자전' '열혈부부' '헬로 배비장' '완득이' 등에서 열연했고, 드라마 '모래 시계' '장 길산' '로비스트' '연개소문' '천사의 유혹', 그리고 영화 '슈퍼맨 이었던 사나이' '숙명' '국가 대표' 등에 출연했다.
MBC 아카데미 등 연기 틈틈이 강단에도 서왔으며 (사) 한국 연극배우 협회 이사 및 감사로 활동했다.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