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음, 수십명은 되겠지요. 내가 죽을 때까지니까."
올해 일흔인 이충석씨는 기자가 '유사시에 북한 특수부대가 내려오면 몇명이나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특전동지회장인 그는 2일 서울 장지동 특전사 연병장에서 '백전노장' 1000여명과 '지원 예비군' 발대식을 갖는다. 예비군은 최고 45세까지다. 현행법상 예비군이 될 수 없지만 자원해서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우리 국방의 가장 큰 약점이 20만명까지 늘어난 북한 특수부대에 대한 대비임이 확인됐잖아요. 우리 원전(原電)에 자살테러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전국 202개 특전사 지회 겸 재난구조협회 소속 회원 수만명이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예비군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는 게 회원들 심정이라고 했다.
육사 21기(1961년 입교)인 그는 1993년 합참 작전부장(소장)으로 전역했다. 몸은 여전히 탄탄해 보였다. "매일 1㎞씩 수영한다"고 했다. "북한과 전쟁이 났을 때 나가서 싸우다 죽는다면 천당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의 명장 패튼 장군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은 군인은 지옥 갈 것'이라고 했어요. 나도 전쟁터에서 죽지 못했으니 지옥 갈 확률이 굉장히 높죠. 그래도 나라 위해 죽을 마음이 있으니까 천당에 좀 가까운 지옥일 겁니다."
이 회장은 제대 후 특전사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2005년 '재난구조협회'를 결성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같은 것을 보니까 대형 재난이 세계적 과제구나 싶었어요. 군에서 공수, 수중침투, 등산 훈련 다 받은 우리만큼 자신 있게 나설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는 "후쿠시마 원전에도 특전동지회원 100명이 가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군용기를 안 내줘서…. 갔으면 바닷속 사체까지 다 인양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미혼 여성임을 알게 된 그는 자리를 뜨며 두 차례나 당부했다. "신랑은 꼭 군대 갔다 온 사람으로 해요. 나이 든 사나이들도 나라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데 젊은 사람은 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