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상찬(28)씨는 1일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문자를 보고 큰 혼란에 빠졌다. '○○카드 정상 승인. 박상찬님 1,500,000원 갤러리아 백화점'이라고 쓰여있는 문자를 받았다. 박씨는 일을 제쳐놓고 바로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카드회사에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고 결재 내용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불안감에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알아보려고 통신사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으로부터 뜻밖의 소리를 듣는다. "아침부터 고객님의 항의가 많습니다. 오늘 만우절이잖아요."
해마다 찾아오는 만우절,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거짓말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 만우절에는 휴대폰이나 SNS 등을 통해 출처까지 밝히면서 상대방을 속이는 거짓말이 기승을 떨었다. 올해도 일부 외신들은 어김없이 고의로 허위 보도를 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 만우절 거짓말, 대세는 SNS
트위터는 1일 새벽부터 각종 흥미로운 소식들로 넘쳤다. 네티즌들은 각종 소식을 출처까지 밝히면서 서로 퍼 날랐다. '카다피, 생포(AP)'라며 외신을 출처로 밝힌 국제뉴스도 있었고 '만우절에 거짓말 잘하는 사람, 보통 사람보다 비만 가능성 70% 높아(NYT)'라는 흥미성 뉴스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은 "진짜인 줄 알았다"며 "출처까지 밝히다니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를 통한 기업들의 만우절 동참도 눈에 띄었다. 통신사 라이벌 KT와 SKT는 이날 2시간30분가량 공식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을 서로 바꿔 게시했다. KT 트위터(@olleh_twt)에는 SK텔레콤의 로고가, SK텔레콤 트위터(@SKtelecom)에는 KT의 ‘올레’ 마크가 올라간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도 트위터에서 ‘만우절인 오늘을 틈타 많은 악성코드가 침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들 나름의 노고를 생각해 오늘 하루 대응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만우절 거짓말을 올렸다.
한편 이날 새벽에는 트위터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글이 퍼져 이를 두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은 ‘조금 과했던’ 만우절 장난으로 판명 났다.
◆한국도 산유국, '짝퉁신문' 배포
'FOCOS'와 'Matro'라는 이름의 짝퉁 무가지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역과 서울역·사당역·선릉역·신논현역 등 5곳에서 배포된 이 신문에는 '파주에서 석유발견, 우리나라 석유 산유국 반열에', '유한킴벌리, 생리대 무료 지급'과 같은 기사가 실려 시민을 놀라게 했다. 이 짝퉁 신문은 단국대학교 광고동아리 학생들이 벌인 만우절 퍼포먼스로 뒤늦게 드러났다.
각종 결혼이벤트를 벌여 화제를 일으켰던 결혼정보업체 ‘선우’도 만우절 거짓말 대열에 합류했다. 선우는 이날 영국 출신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 회사 웹사이트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나이틀리가 “한국 남성은 젠틀하고 가정에 헌신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입 사유를 밝혔다는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으나 곧 만우절 에피소드로 드러났다.
◆'고전적' 만우절 장난은 줄어들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우절 장난전화로 몸살을 앓았던 소방서 허위 신고는 크게 줄었다. 소방당국은 소방서에 장난전화를 할 경우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방서에 접수된 만우절 장난전화는 2004년 475건에서 지난해 98건으로 79.8% 감소했고 이날 서울시내에서는 119에 장난전화가 단 2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제재’를 천명한 광주광역시에는 단 한 건의 장난전화도 없었다고 한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상황실 관계자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어른들도 장난전화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전화번호가 바로 뜨고 과태료도 매길 수 있는데다 시민 의식도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이 호날두 판다?
외국 매체, 그중에서도 영국 매체들의 활약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빚더미 올라앉은 포르투갈, 축구스타 호날두를 스페인에 1억6000만(한화 약 2800억원) 파운드에 팔아'라는 기사를 실어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 신문은 "포르투갈 재무부가 악화되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스페인 프로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는 자국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스페인에 양도키로 했다"고 전했다. "호날두 또한 애국자처럼 행동하기로 결정하고 국가의 요청에 따라 스페인 국적을 취득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만우절 기사로 판명 났다.
일간지 미러는 “영국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맑은 공기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도 만우절 장난에 동참해 “영국의 한 보행보조기 제조업체가 스피드광 노인들을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장착한 보행보조기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