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트럭 운전기사로 일했다. 이후 로저 코먼의 '뉴월드 픽처스'에 입사해 본격 영화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카메론은 '뉴월드 픽처스'에서 B급 SF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카메론은 '에이리언2', '어비스', '터미네이터2' 등 대작 SF감독으로 자리를 굳혔다. 카메론도 B급영화 출신인 셈이다.
또한 로저 코먼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카메론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로저 코먼은 미국에서 B급영화의 대부로 꼽힌다. 그 로저 코먼을 비롯해 할리우드 B급 영화의 거장들을 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할리우드 영화의 또다른 측면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는 4월 9일부터 5월 8일까지 한 달간 'B영화의 위대한 거장 3인전'을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한다.
B급영화는 퇴물 스타나 신인 배우를 기용해 만든 저예산 영화를 의미한다. 1930~40년대 관객 감소를 우려한 미국 스튜디오들이 한 번에 두 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동시상영을 기획하면서 만들었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는 A급 영화와 대조되는 영화다. 기발한 상상력과 사회 비판적인 내용들이 돋보인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리처드 플레이셔, 로저 코먼, 테렌스 피셔 감독의 영화를 소개한다. 고전 할리우드 B급 영화의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이 만든 19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플레이셔 감독의 영화 가운데에는 '해저 2만리'(1950), '강박충동'(1959), '보스턴 교살자'(1968) 등 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서구사회의 도덕적 불안과 공포를 날카롭게 묘사한 것으로 정평이 높다.
'B급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 감독 작품 중에는 '어셔가의 몰락'(1960), '저승과 진자'(1961) 등 4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테렌스 피셔 감독의 작품 가운데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주'(1957), '늑대인간의 저주'(1960) 등 6편이 상영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