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이 15일 대전에서 역사적인 첫 실전 맞대결을 벌인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퇴색될 수 있으나,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왼손 투수가 처음으로 만난다는 자체로 그 상징성은 작지 않다. 지난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숱한 전설의 왼손들이 출현했으나, 이 둘처럼 확실한 라이벌 관계도 없었다.
둘은 왜 최고로 통하는가. 류현진은 지난 2006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1년뒤 김광현은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SK에 입단했다. 류현진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18승6패 방어율 2.23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며 한 순간 국내 최고의 투수로 우뚝섰다. 김광현은 입단 첫 해 프로 적응기를 거친 뒤 2008년 16승4패 방어율 2.39로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해부터 둘은 최고의 왼손 라이벌로 관계가 굳어졌다.
둘은 구위,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비교될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 류현진의 주무기는 150㎞ 안팎을 찍는 강속구와 발군의 체인지업이다. 국내 으뜸으로 꼽히는 서클체인지업은 직구와 비교해 투구폼과 릴리스포인트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오른손 타자의 경우 류현진이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몸쪽 직구와 체인지업을 알고도 못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류현진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30대 투수가 던지는 듯하다"고 표현했듯 두둑한 배짱과 마운드에서의 여유가 돋보인다. '타자를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김광현도 150㎞에 이르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140㎞에 육박하는 스피드와 타자 앞에서 꺾임의 정도가 탁월하다. 류현진처럼 직구를 돋보이게 하는 체인지업은 구사하지 않지만, 다이내믹한 투구 동작이 내뿜는 패기가 돋보인다. 가끔 기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 번 리듬을 타면 여간해서는 당해내기 힘든 투수다.
올해 연봉은 6년차 류현진이 4억원, 5년차 김광현이 2억7000만원이다. 류현진은 6년차 역대 최고연봉, 김광현은 5년차 최고연봉 타이 기록이다. 최고의 왼손 투수들에게 걸맞는 대우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가 당분간 프로야구를 지배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