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의 센터 이창수(42)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다.
1969년생인 이창수는 한국 나이로 마흔 셋이다. 군산고 1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은 후 꾸준히 활약하며 국내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최고령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범(42) 한국인삼공사 감독이 동기생이니 오래 하긴 한 셈이다.
이창수는 성실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현역에서 뛸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경희대와 실업 삼성을 거친 이창수는 프로 출범 이후 삼성, 모비스, LG 등에서 뛰며 통산 525경기에서 평균 3.14점 1.9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창수는 14일 "더 이상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시원섭섭하다"며 "몇 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어쩌다보니 늦어졌다"며 담담하게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2년 전쯤에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허병진 단장님, 강을준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분에 넘치는 자리였다"고 더했다.
LG 구단은 정규시즌 최종일인 20일 서장훈(37)이 있는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이창수의 은퇴기념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강을준(46) LG 감독은 이창수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골동품'과 '국보'가 만나게 됐다.
이창수는 "공교롭게 마지막까지 장훈이를 괴롭히게 돼 미안하다"며 웃었다. 이창수와 서장훈은 1990년 중반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끊임없이 맞붙어온 '정든 적'같은 관계다.
이창수는 은퇴 후 진로를 지도자 쪽으로 결정했다.
◇다음은 이창수와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
"시원섭섭하다. 몇 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는데 어쩌다보니 늦어졌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계기나 이유는 따로 없다. 그냥 더 이상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은퇴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
"농구인생에 굴곡이 좀 많았는데 아무래도 처음 농구공을 잡았던 때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으니까 동기생들보다 5~6년 정도 늦게 시작한 셈이다. 한국인삼공사의 이상범 감독이 동기다."
-간염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었는데.
"1996년에 간염으로 2년 정도 쉬었다. 그때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당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레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담배는 해 본적이 없고 술은 아프고 나서 끊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처음 우승했을 때다. 프로 이후 삼성에서 처음 우승하고 챔피언반지를 끼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일 경기에서 서장훈과의 마지막 맞대결일 수도 있는데.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끝나는 시점까지 장훈이를 괴롭히게 됐으니 미안하게 생각한다."
-서장훈의 목 부상과 관련해 팬들의 비난이 있는데.
"최근 나의 은퇴 기사를 봤더니 '서장훈의 목을 다치게 한 범인은 이창수'라는 등 댓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거슬리기도 하고 솔직히 인터뷰를 하면 겁부터 난다. 부인이나 나는 예전부터 봤던 것들이기 때문에 괜찮은데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상처를 입을까봐 조심스럽다. 어쨌든 (장훈이가 다칠 당시에)내가 옆에 있었고 그런 상황이 이뤄졌다. 당시 삼성-연세대 경기에서 우리 팀 선수에게 본의 아니게 다쳤다. 장훈이와 코트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사이다."
-은퇴 후 진로는.
"제1의 목표는 지도자다. 바로 되면 좋겠지만 안 될 경우에는 개인 시간을 할애해 농구에 대해 다양하게 공부해 보고 싶다. 상황에 따라 유학도 고민 중이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후배들은 자기관리를 매우 잘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던 프로선수가 됐으니 한결같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경거망동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