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 음반들이 법의 모순 때문에 공짜로 뿌려질 위기에 처한 반면, 클래식과 팝 음악계는 '저작권 50년'이 끝나가면서 또 다른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곧 저작인접권이 소멸되는 1950~60년대에 클래식 명반이 수두룩한 데다, 팝의 명반들도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클래식의 경우 작곡가들의 저작권은 대부분 소멸된 상태다.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사망한 지 50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음악들을 연주한 녹음의 권리는 여전히 '음반 발매 후 50년'까지 보장된다. 문제는 전설적인 연주·지휘자들의 음반이 녹음된 지 50년이 지났거나 가까워져 오고 있는 것.
'신의 목소리'로 불린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전성기 음반은 이미 모든 권리를 상실했다. 1940년 데뷔한 그녀는 50년대 중반 최전성기를 구가했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카라얀이나 번스타인 같은 세계적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음반들도 하나둘씩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
바흐의 무반주첼로곡 연주로 명성을 떨친 파블로 카잘스, 20세기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연주의 대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이름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등의 주요 명반이 모두 녹음한 지 50년을 넘어 권리가 소멸됐다. 이들의 음반 중 허술한 포장의 값싼 음반들은 모두 군소 음반사가 '공짜 음원'을 CD로 제작해 내놓는 것이라고 보면 맞다. 이들 음원의 권리를 갖고 있는 직배음반사들은 이런 음반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디지털 리마스터링 음반과 박스세트 등을 꾸준히 내고 있다.
한편 팝 음악계에서는 2014년 저작인접권이 소멸되는 비틀스 1집(1963년 발매)의 파괴력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까지 정규 음반을 낸 비틀스의 음반 권리는 2021년까지 모두 소멸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폴 매카트니는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