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조선의 초대 통감을 지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이름이 다시 일본 정치에 등장했다. 그의 외고손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51) 외무 부대신(차관)이 외무상에 8일 내정됐다.
그렇다면,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의 후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안 의사는 16세 때인 1894년 황해도 재령군 김홍섭 선생의 딸 김아려 여사와 결혼해 큰아들 분도, 둘째아들 준생, 딸 현생(賢生)을 낳았다. 안 의사가 1910년 2월 사형 선고를 받고 3월 26일 순국(殉國)하자, 김 여사는 2남1녀와 함께 연해주에서 살았다. 큰아들 분도는 12세에 사망했고, 이후 김 여사는 자녀들과 함께 중국 상해에서 살다가 광복 후 귀국했다.
안 의사의 차남 준생은 1953년 무렵 세상을 떠났다. 준생은 부인 정옥녀 여사와 슬하에 아들 웅호(78)씨, 두 딸 선호씨와 연호씨를 두었다. 정 여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자식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안 의사의 유일한 손자인 웅호씨는 미국에서 심장병 의학박사가 됐으나, 뇌수술 후 20여년째 미국에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호씨는 아들 하나를 두었다. 선호씨는 2003년에, 독신으로 평생을 산 연호씨는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
안 의사의 증손자로는 현재 토니 안이 유일하다. 안 의사의 차남 준생씨가 낳은 웅호 씨의 아들이다. 토니 안(한국명 안보영·48)씨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미국 통신회사 AT&T에 다니는 그는 한국말을 거의 못 한다. 안씨는 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와 아버지가 틈만 나면 ‘너는 애국지사의 후손’이라고 강조하셨다”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주위 사람들이 증조부(안중근 의사)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 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들어가 안 의사에 대한 정보를 직접 올리거나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고 했다.
안 의사의 외손녀(현생 씨의 딸)인 황은주(83)씨는 현재 국내에 살고 있고, 황은실(80)씨는 미국에 살고 있다.
현재 이들 안 의사의 후손이 국가에서 받는 지원금은 관련 법률에 따라 직계 연장자인 안웅호씨가 받는 월 15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은주씨는 조선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100년이 넘었다. 100년이 흐르면서 한·일 양국 사이에 우호가 많이 증진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토의 후손이 외무상이 되었다니 한일 우호 관계에 더 많이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아직 중국에서 할아버지 유해를 못 찾고 있다”면서 “신임 외무상 내정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