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플로리다), 박광민 기자]"내가 박찬호에게 컷 패스트볼 던지는 법 가르쳐줬다".
'코리안특급'박찬호(38)가 올 시즌 야구를 계속하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는 지난해 귀국인터뷰 및 수 차례 언론을 통해 "계속 공을 던질 수 있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커터를 익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 후 '커터 신'으로 불리는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41)로부터 커터를 배웠다.
커터란 컷 패스트볼의 약어로서 구종을 분류하면 흔히 직구로 불리는 포심 패스트볼, 우타자 몸쪽으로 꿈틀거리며 살짝 휘감겨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 투심보다 조금 더 낙차가 큰 싱킹 패스트볼, 공 끝이 솟아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과 함께 패스트볼류에 속한다.
패스트볼로 분류한 가장 큰 이유는 구속이다. 커터를 잘 던지는 투수의 경우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의 구속 차이가 5km 이내다. 타자들의 시야에서는 직구라고 생각하고 배트가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공 끝의 움직임은 변화구에 가깝다. 변하는 각도도 두 가지다. 일반적인 커터는 홈플레이트 근처, 즉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려고 하는 타이밍에서 급격히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에게는 몸쪽으로 수평으로 꺾인다. 그러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커터의 궤적은 슬라이더와 같지만 속도는 더 빠르고 꺾이는 정도가 짧은 반면 타자들이 공의 변화를 더 늦게 판단하게 되면서 헛스윙 보다는 직구 타이밍에 배트에 맞아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하게 된다.
'커터의 대가'는 박찬호에게 비법을 전수해준 리베라다. 리베라는 90∼93마일(145∼150km) 사이의 구속을 유도한다. 타자들은 리베라가 대부분 커터를 던진 것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못 친다. 살짝 빗맞기 때문에 배트가 부러지기도 일쑤다. 그 만큼 공의 위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리베라는 박찬호에게 커터를 가르쳐 준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까. OSEN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조지 스타인브레너 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서 리베라를 만났다.
"박찬호에게 커터를 가르쳐 준 기억이 있냐"는 말에 리베라는 "맞다. 지난 시즌 스프링캠프는 아니었고, 개막 후 박찬호가 내게 다가와 커터 던지는 법을 물어 가르쳐줬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터를 던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립 잡는 법이다. 그리고 던질 때 중지에 힘을 주면서 세게 누른 법 등에 대해서 박찬호에게 설명해줬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말로 가르쳐 주긴 힘들다. 직접 내게 오면 다 가르쳐 주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찬호가 계속 야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네가 가르쳐준 커터 덕분이라고 말했다"고 그러자 리베라는 "정말이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찬호. 일본에서 선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꼭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해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실제로 이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면서 수준급 투수들의 공통점은 커터를 던진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투수 콜 해멀스도 지난 2009시즌 말미에 클리프 리로부터 커터를 배워 지난 시즌 쏠쏠한 재미를 봤다.
박찬호도 이제 손에 익을 시점이 된 만큼 일본에서 커터의 위력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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