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 영국 런던에 사는 한 남성이 국방부에 편지를 보냈다. "정원에서 우유를 먹고 있는데 집 위에 시가 모양의 비행체가 나타났어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시계가 한 시간 앞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제가 외계인에 납치당했던 걸까요." 영국 국방부는 답을 보냈다. "방사능에 노출됐을 위험이 있습니다. 폭발한 위성의 잔해가 곳곳에 떨어졌으니, 수상한 물체가 보이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영국 정부가 3일 인터넷에 공개한 8500쪽 분량의 'UFO(미확인 비행물체) 엑스파일'에 담긴 내용 중 하나다.

영국 공군 퇴역군인이 2004년 스리랑카에서 비행 중 발견한 분홍빛이 도는 도넛 모양의 비행체 사진. 영국 정부는 아직 이 물체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스리랑카의 주황색 '도넛 비행체', 아직도 정체 몰라

BBC는 "영국 정부가 3일 2001~ 2005년 논의된(신고 접수 시점은 1970년대부터) UFO 관련 문서를 국립문서보존소 홈페이지(http://ufos.nationalarchives.gov.uk)에 공개했다"며 "지금까지 기밀문서로 분류됐던 이 자료를 한 달 동안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공개법에 근거해 이날 공개된 문서는 영국 전역에서 신고된 UFO 관련 사건과 사진·그림, 또 이에 대한 영국 국방부와 의회의 대처를 상세히 담고 있다.

영국 공군에서 퇴역한 한 남성은 2004년 스리랑카에서 비행 중 도넛 모양의 비행물체를 발견하곤, 사진을 찍어 공군 본부에 보냈다. 이 비행체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한 남성이 그린 옥수수밭 위의 UFO. 관련 사건은 1998년 영국 국방부에 신고됐다. 신고한 남성은“높이 약 12m의 공 모양 비행체가 옥수수밭 위에 살짝 떠 있었고, 생명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심벌‘앙크’가 새겨져 있었다” 증언했다.

1998년 접수된 농부의 UFO 그림은 상상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상세하다. 영국 옥스퍼드셔의 한 옥수수밭에서 발견됐다는 높이 12m의 공 모양 비행체는 땅 위에 살짝 떠서 밭에 둥근 문양을 남겼다. 외부에는 반짝이는 전등과 고대 로마에서 생명의 상징으로 쓰인 '앙크'라는 심벌이 새겨져 있었다. 진위는 역시 미스터리다.

일부 UFO 의심 물체에 대해선 "인공위성 잔해를 오해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한 영국 공군은 1990년 북해(北海) 위를 비행하다 'C130 허큘러스 수송기(길이 약 29.8m)'만 한 비행체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엔진 비슷한 것과 몇 개의 전구까지 봤다. 마하 0.8 정도의 속도로 비행했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증언을 내놨다. 영국 국방부 조사 결과, 이상한 비행체가 목격된 시각은 러시아 발사체의 추진 로켓이 떨어져 지구 대기에 진입한 때와 일치했다.

영국 정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3일 공개한 8500쪽 분량의 ‘UFO 엑스파일’에 포함된 그림 중 하나. 템스강 부근에서 목격됐다는 이 UFO의 그림엔‘프로키온(작은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정찰용 우주선’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랜들셤 숲 사건'파일, 누군가 삭제

영국의 가장 유명한 UFO 사건인 '랜들셤 숲 사건' 파일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졌다는 사실도 이번에 공개된 내용 중 하나다.

'랜들셤 숲 UFO'는 1980년 12월 말 입스위치 부근 랜들셤 숲에서 '삼각형의 이상한 발광(發光) 물체'가 발견된 사건이다. 국방부는 2000년, 이 사건에 관한 조사 파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음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목격자 때문에 영국 정부는 1997년부터 방대한 UFO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0년엔 UFO에 대해 "영국에 위협적이지 않다" "수십 년 동안의 UFO 연구에서 도출된 과학적 성과는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