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빌라도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이르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백성이 다 대답하여 이르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 하거늘….'(마태복음 27장 24~25절)

신약성경 복음서에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로마 총독 빌라도를 압박하는 유대교 지도자와 율법학자, 군중이 등장한다. 복음서 저자들은 이들을 '유대인'이라 불렀다. 유대인 핍박을 '예수 살해범들'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정당화하는 '유대인 집단 책임론'은 여기서 시작됐다. 14~15세기 스페인 '가톨릭 왕'들의 유대인 학살과 추방, 20세기 초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세 차례에 걸친 유대인 대학살, 2차대전 중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 등 유대인들이 역사적 수난을 당할 때마다 이런 논리가 학살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오는 10일 발간되는 새 저서 '나사렛 예수 제2권'을 통해 이런 주장에 다시 쐐기를 박았다. '유대인 집단 책임론'을 부정하는 가톨릭 공식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다. 교황청이 2일 공개한 이 책의 요약본에 따르면, 교황은 "사도 요한은 예수를 정죄한 자를 단순히 '유대인'이라고 표현했으나 이는 이스라엘인 일반이 아니다. 요한 자신이 유대인이었으며 예수의 제자와 그를 따르는 자들도 모두 유대인이었다"고 했다. 또 "마가복음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외치는 '군중'은 유대인 중 지배적 성직자 그룹, 또 바라바(예수 대신 십자가형을 사면받은 죄인)의 지지자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썼다. 가톨릭 교회는 지난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서 중 '비(非)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을 통해 유대인 집단 책임론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가톨릭대 교수 백운철 스테파노 신부는 "성서의 예수 수난 부분에서 '유대인'은 예수를 거부하고 적대시한 유대인 그룹과 예수의 성전(聖殿) 비판으로 일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예루살렘 군중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황의 이번 언급은 역사 안에서 있어온 유대인 탄압의 과오를 시정하는 동시에 오늘날 성서를 읽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적 배려 의미도 있다"고 했다. 건국대 히브리·중동학 전공 최명덕 교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유대인과의 화해를 본격화한 뒤 현 교황도 역사적 화해의 손짓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