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영화&눈] 은 지난 설 개봉 영화 중에서 기대치가 낮은 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에 비해 출연진의 지명도는 높은 편이지만 주연인 김명민이 선택한 영화라는 것이 다소 걱정스러웠다. 김명민은 를 통해 연기본좌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연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으나 유달리 영화에서는 흥행에서 쓴 잔을 마셔야만 했다. 인기, 지명도, 연기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배우이긴 하지만 그가 선택한 전작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드디어 흥행작을 만들었다. 이 관객 480만 명을 돌파하면서 롱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내내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장면마다 웃겨주고 있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그러나 잔재미는 도처에서 발휘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봤을 때는 엉성해서 아쉬움이 크다. 이라는 제목을 보고 의 날카로운 추리를 기대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 기대를 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유쾌하게 웃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이기도 하다.
공납비리 수사를 시작한 첫 날 명탐정 색소경을 힌트로 이방을 죽인 살인범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개장수가 이방의 살인범으로 몰렸지만 명탐정이 빨강색을 구별 못하는 사또의 색소경을 밝혀내어 개장수의 누명을 벗겨 준다. 명탐정의 추리는 영화 내내 "이것이 다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뒤에 펼쳐지는 추리들이 쉽고 어설프기까지 했지만 이 장면만큼은 김명민이 조선 최고의 명탐정이라는 인물소개에 부합할 만했다.
명탐정의 결정적 증거로 쓰인 색소경은 흔히 색맹이나 색약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색각 이상을 말한다. 색각 이상은 우리 눈에서 명암이나 색을 인지하는 세포에 이상이 생겨 색 구별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로 정도에 따라 심할 경우 교통신호등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든지 섞여 있는 색을 비교할 때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색각 이상의 종류는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은 제1, 제2, 제3 색각 이상과 전색맹, 전색약으로 나눈다. 제1(적색약 및 색맹), 제2(녹색약, 색맹), 제3(청황색약, 색맹) 색각 이상은 다시 정도에 따라 각각 약도 중등도 강도 등 세 가지로 나눈다.
선천적인 색각 이상 중 가장 흔한 제1, 제2 색각 이상은 대부분 반성열성유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전적인 소인 없이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후천적인 색각 이상으로는 시신경염이나 심한 백내장, 몇 가지 심한 망막병증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전색맹은 매우 드물며 색을 전혀 보지 못해 모든 것이 흑백영화처럼 보이는 상태다. 주로 근친결혼을 한 사람의 자녀에게서 잘 나타나며 약시, 수명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색맹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지만 근친결혼을 허용하는 일본이나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핀지랩에서는 전색맹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핀지랩은 오랜 근친혼 풍습으로 인해 섬 인구 3분의1이 색맹 유전자를 갖고 있고, 전색맹이 섬 인구의 10%에 달해 '색맹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전색맹보다는 많지만 전색약도 흔치 않은 편으로 선명한 색은 식별할 수 있으나 색이 흐리면 잘 구분하지 못한다.
적녹색약 및 적녹색맹으로 알려진 제1, 제2 색각이상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20만명 정도가 있으며, 남자는 전체 인구의 6%가 이에 해당하지만 반성유전을 하기 때문에 여자는 이보다 훨씬 적어 전체의 0.4% 정도만 해당한다.
이들은 적색과 녹색이 흐리게 보이고 황녹색이나 적갈색은 식별하지 못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등도나 약도의 적녹색약은 현재의 그릇된 인식과는 달리 웬만한 색은 모두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어서 일반 업무나 학업 등에 별 지장이 없으므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강도의 적녹색맹은 직업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서 사또가 적색과 녹색을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이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전색맹을 제외한 대부분의 색각 이상자들은 각각의 분리되어 있는 색깔은 인지가 가능하나 색각 이상을 검진하기 위해 실시하는 색패검사처럼 색각 이상자들이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한 색감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구분을 하거나 비교를 할 때에는 장애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색각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 및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요즈음 색각 이상자를 위한 안경렌즈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안경알이 빨간색을 띠고 있어 늘 착용하기에는 불편이 따르며 이를 착용한다고 해도 색각검사시 판별이 가능한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일반인처럼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