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방문한 런던의 한 축구용품 판매상은 "당신은 어느 팀의 팬이냐. 나의 부모님은 첼시, 나는 풀럼을 응원한다"고 먼저 말을 건넸다. 런던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 이곳에선 어떤 축구 클럽을 좋아하느냐를 보고 상대에 대한 일차 판단을 내린다. 800만명이 사는 런던에는 14개의 프로 축구팀이 있다. 아마추어 팀도 80개가 넘는다. 프리미어리그 5개 팀, 2부리그 3개 팀이 런던을 연고로 삼고 있다. 축구 베팅도 대성황이다. 장외발매소만 영국에 9000여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도 인기 베팅 종목이었다. 이 경기엔 수백개의 옵션이 붙어 있었다. 득점 선수와 골 총합은 기본이고 세트피스 상황의 득점 여부, 가장 먼저 코너킥을 찬 팀, 골대를 맞힌 횟수 등 베팅의 대상은 끝이 없었다.
런던은 크게 동서남북으로 나뉜다. 북런던 축구의 맹주는 아스널이다. 기자가 아스널 홈구장인 에미리트 스타디움을 찾은 이날 오전엔 마침 '레전드 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투어를 진행한 이는 1970년대 아스널 선수였던 찰리 조지였다. 그에게 "아스널이 왜 세계 최고 팀이냐"고 묻자 "이곳엔 역사, 위대한 선수,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런던 라이벌인 토트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토트넘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말을 잘랐다.
그러나 토트넘도 알찬 선수 영입을 통해 지난 시즌 4위에 이어 올 시즌 5위를 달리는 강팀이다. 1899년 건립된 화이트하트레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토트넘은 새 구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비교적 가난한 지역인 북런던과 달리 첼시와 풀럼으로 대표되는 서런던은 부유층이 많은 지역이다. 팬도 백인 중산층이 많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첼시 팬 정진형씨는 "첼시의 응원은 프리미어리그 팀 사이에선 점잖은 편"이라고 말했다. 1879년 탄생한 풀럼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클럽으로 이름이 높다.
동쪽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동런던의 대표적인 팀인 웨스트햄은 팬들이 극성맞기로 소문났다. 2005년 개봉한 영화 '훌리건스'가 웨스트햄 서포터들의 얘기를 다뤘다. 런던 한인들은 "우리도 어지간해서는 웨스트햄 경기장에 잘 안 간다"고 했다. 거친 동유럽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이 지역은 축구 경기가 벌어진 뒤에는 주먹질이 끊이지 않는다.
입력 2011.03.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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