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1일 복선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의 급행열차 정차역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특히 남양주 지역에서는 진접읍·오남읍 지역 주민들이 사릉역에 급행열차가 서야 한다며 민원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애초에 코레일의 수요예측 오류로 정차역을 잘못 선정했다며 남양주시, 국토해양부, 국회 등을 백방으로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나 코레일은 좀더 지켜보자며 결정을 미루고 있어 반발이 여전하다.

경춘선 사릉역의 출근시간. 진접·오남지역 주민들은 이곳에 급행열차를 정차해달라며 거듭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급행열차 운행 현황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경춘선은 상봉~춘천 노선에 모두 18개 역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상봉, 퇴계원, 평내호평, 마석, 가평, 남춘천, 춘천 7개 역에는 다른 역을 일부 건너뛰어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급행열차가 정차한다. 주말에는 여기에다 상천, 강촌역이 추가된다. 남양주시 지역의 경우 퇴계원, 평내호평, 마석 등 3개 역은 급행열차가 서고 사릉, 금곡역은 서지 않는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평일 기준으로 사릉역은 하루 85회 열차가 정차해 평균 3670명이 이용하고 있다. 급행열차가 서는 퇴계원역은 135회 운행에 평균 4290명이 이용한다. 이 가운데 44회가 급행열차이다. 특히 러시아워에도 차이가 있다. 평일 오전 7~9시 서울 방향 상행선을 보면 퇴계원역은 약 6~10분 간격으로 11번을 운행한다. 이 가운데 2편은 급행이다. 그러나 사릉역은 일반열차 9편에 운행간격은 최대 21분이나 된다. 사릉역에서 일반열차로는 상봉역까지 15분이 걸리지만, 퇴계원에서 급행열차를 타면 8분으로 단축된다.

진접·오남 주민의 주장

이에 대해 진접과 오남지역 주민들은 "코레일의 안일한 탁상행정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복선전철 개통을 앞두고 수요조사를 하면서 승객이 거의 없던 옛 사릉역만 염두에 두고, 진접이나 오남 등 주변 인구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카페 '진접 택지지구 입주자 연합회' 대표 박훈씨는 "코레일에서 역사 위치에 컴퍼스로 원을 그린 뒤 포함된 인구만 계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퇴계원역 인근 퇴계원면·별내면의 인구는 5만4000여명이지만, 사릉역 주변에는 진건읍·진접읍·오남읍을 합쳐 17만2000여명이나 된다. 최근 택지개발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릉역보다 퇴계원역의 이용객이 약간 많지만, 급행열차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퇴계원역을 이용하는 승객도 많다는 지적이다. 정차 1회당 이용객만 보면 사릉역이 더 많다. 게다가 진접지구를 연결하는 47번 국도의 만성적인 정체현상도 고통을 더하고 있다.

사릉역을 이용하는 진접지구 주민 최남규(36)씨는 "출근 시간에는 급행열차가 서는 퇴계원역으로 가려 해도 길이 막혀 버스로 사릉역에 가서 일반 전철로 서울에 가고, 퇴근 때는 급행열차를 타고 퇴계원역에서 내리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도 사릉역과 진접지구의 거리가 10㎞ 정도 떨어져 있어 코레일이 미처 사릉역 이용 수요에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해명과 방침

이에 대해 코레일 광역사업본부는 "급행열차 정차역 선정을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하면서 진접지구도 간접적인 역세권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또 급행열차 정차 선정기준은 운행시간 감축과 교통수요를 기준으로 역간거리, 주말 관광수요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사릉역에도 급행열차를 세우면 운행시간이 3~4분 늘어나고, 내년 연말 개통하는 8호선 환승역 별내역과 더불어 3개 역에 잇따라 정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달 8일에는 현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개통 2개월밖에 안 됐고, 3월 개학과 봄철 나들이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연말로 예정된 좌석급행열차 도입과 맞물려 정차역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양주에서만도 금곡역 정차 요구도 있는 데다 청평, 가평역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완행열차'가 불가피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최근 진접·오남 지역 주민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릉역을 이용하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코레일의 정차역 조정에서 이용객 숫자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론도 있다. 급행열차가 서기 때문에 승객이 많아지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계원역 급행열차 이용객을 제외하거나 사릉역으로 흡수될 수 있는 퇴계원역 수요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