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과 박진영이 손을 잡고 야심 차게 제작한 KBS2 드라마 '드림하이'가 지난 28일 막을 내렸다. 아이돌 그룹 2PM의 택연 우영, 미쓰에이 수지, 티아라 은정, 가수 아이유와 유일한 연기자 출신인 김수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0대 시청자들을 공략해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0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순항한 '드림하이'지만 현재 인기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도전과 연기자의 아이돌 도전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엇갈렸다. 여섯 주인공과 배용준 박진영이 '드림하이'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분석했다.
★우영 아이유 은정 박진영은 함박웃음
▶우영-'드림하이' 최고 수혜자는 2PM의 우영이다. 초반 분량이 적어 조연인 것으로 인식됐으나, 아이유와의 찰떡 호흡으로 오히려 주인공보다 앞서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부산 출신으로 유명한 우영이 완벽한 영어발음 연기를 선보이면서 급부상했다. 게다가 아이유와의 커플 연기로 '우유커플'이란 애칭과 함께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또 6명 중 가장 화려한 댄스와 비주얼을 선보인 것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편안한 연기를 선보여 '드림하이=우영의 발견'이란 공식을 만들었다.
▶아이유-삼촌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아이유는 '드림하이'에서 또래 여성팬들까지 끌어안는 덕을 봤다. 뚱뚱하고 못난 미운 오리새끼에서 필사적인 노력으로 백조로 재탄생하면서 많은 여성팬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우영을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도 여성 팬들에게 탄탄한 지지를 받으며 살아있는 캐릭터가 됐다. 또 첫 연기 도전임에도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여 앞으로 연기자로서의 성공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은정-아역 배우 출신답게 연기력 측면에서 다른 아이돌 멤버들보다 뛰어났다. 특히 선망과 시기의 대상인 수지에 대한 콤플렉스와 성공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6명 중 가장 다이내믹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다만 드라마 중반까지 밉상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연기해 여성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박진영 -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JYP엔터테인먼트 CEO, 프로듀서, 가수로서 대중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지만, '드림하이'를 통해 단번에 가까워졌다. 찌질한 캐릭터를 친근하고 코믹하게 그려내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또 첫 연기임에도 여느 연기파 조연들 못지않게 좋은 연기력을 자랑해 시청자로부터 박진영의 출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수현 수지 택연 배용준은 씁쓸하네.
▶김수현 - 연기자 출신답게 6명 중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연기만큼 중요했던 무대 퍼포먼스에서 택연 우영에 밀렸다. 자연스럽게 캐릭터 전체의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김수현이 마지막에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서는 'K'라는 설정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다소 억지스러운 김수현의 'K' 만들기가 막판 이야기 전개와 자연스럽게 맞물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중 고혜미(수지)가 갑자기 송삼동(김수현)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객관적으로 제일 스타성이 떨어지는 송삼동이 세계 무대에 먼저 진출하는 과정 자체가 지나치게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평이다. '드림하이'의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배용준이 소속사 배우 김수현을 밀어주기 위한 장치로 '드림하이'를 이용했다는 느낌만 남기게 했다.
▶수지 - 첫 방송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스스로 '0점 연기'라고 밝혔다. 드라마 후반부에 조금씩 좋아진 모습을 보였으나,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연기력을 선보이진 못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인정한 촉망받는 성악소녀에서 대중음악으로 전향한 캐릭터인데 정작 드라마에서 음악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과거보다 살이 찐 모습으로 출연해 '후덕수지'란 별명까지 얻게 돼, 이래저래 잃은 것들이 많다.
▶택연 - 전작인 '신데렐라 언니'에서 보여준 좋은 연기 때문에 시청자의 기대가 너무 컸다. 나쁘지 않은 연기를 했음에도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갈 순 없었다. 또 상대 배우인 수지의 연기력 때문에 손해를 본 측면도 없지 않다. 게다가 드라마 중반 김수현-수지 쪽으로 드라마가 무리하게 쏠리면서 택연의 캐릭터가 중간에 무너져 강한 인상을 줄 수 없었다. 다만 6명 중 최강 비주얼을 선사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긴 했다.
▶배용준 - 초반 드라마 바람잡이 역할로 등장해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과거 '겨울연가'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이미지가 비슷해 시청자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4회 분량의 특별출연이었지만 이름값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해 극의 몰입을 방해한 측면도 강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