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31·라쿠텐)의 일본 무대 정복 열쇠로 싱커가 떠오르고 있다.
27일 라쿠텐과 니혼햄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 구장.
8회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거침이 없었다. 첫 타자 이토이에게 몸쪽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했고, 8구까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이야마도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를 시켰지만, 평범한 땅볼이었다. 이때까지 김병현은 6개의 직구와 2개의 슬라이더만을 던졌다.
다음 타자는 일본 국가대표로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한 대표타자 이나바. 볼 카운트 2-1에서 김병현은 드디어 필살기를 꺼냈다. 싱커였다. 첫번째는 타자 안쪽으로 빠지는 볼. 그러나 두번째 싱커에 이나바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김병현이 부활의 열쇠를 꺼내든 순간이었다.
▶생존 열쇠=싱커
잠수함 투수들에게 싱커는 필수품목이다. 직구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다가 오른쪽 타자의 몸 안쪽으로 뚝 떨어지는 구질이다.
슬라이더와 커브만을 장착한 잠수함 투수의 경우 결정구를 찾기 애매해진다. SK의 대표적인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은 "정통파 투수보다 직구의 궤적이 단순하게 간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커브는 타자 입장에서 커트하기 쉽다. 때문에 싱커를 익혀야 훨씬 경기를 운영하기 쉽다"고 했다.
신예 잠수함 투수인 SK 최원재는 "프로에서 싱커를 익혔다. 고교시절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가 없어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 타자들은 배팅컨트롤이 좋아 커트 능력이 탁월하다. 때문에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상대하기 쉽지 않다. 실제 26일 주니치전에서 호투한 김병현은 마지막 타자인 나카무라에게 2차례나 슬라이더를 커트 당했다. 결국 직구를 던졌지만, 2루와 유격수 사이 안타성 타구가 나왔다. 2루수 켄스케의 호수비가 아니었으면 안타였다.
이날 마지막 타자 이나바도 직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싱커 그립을 바꾼 김병현
최근 김병현은 싱커의 그립을 바꿨다. 약간 눕혔던 손목의 각도를 살짝 올렸다. 1970년대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야마다 히사시 코치의 조언 영향이었다. 야마다 코치는 명품 싱커로 명성을 떨쳤다.
아직 김병현의 싱커는 미완성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시절엔 싱커를 간간히 사용했다. 주무기가 아니었다. 150km 안팎의 직구와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3년간의 공백이 있는 김병현에게 싱커는 아직 낯설다. 그립까지 바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 구사한다. 이날 김병현은 "싱커를 2개 던졌는데, 모두 포수가 사인을 냈다. 포수가 싱커가 잘 떨어진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실전에서 싱커 구사에 망설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연습투구 때 10개 중 8개 정도는 떨어진다. 그런데 아직 확실한 자신감은 없다. 감이 완전히 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제 일본프로야구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안에 김병현은 싱커를 자신의 몸에 완벽히 체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부활한다. 오키나와(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