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는 KBS1 '콘서트 7080'의 녹화가 진행됐다. "일에 치이고, 아이들에게 소외받는 기분이 들고, 삶에 치인다"는 7080세대만을 위한 라이브 공연. 평일 오후에 공연이 진행되는데다 사전 방청권 획득 전쟁도 치열하고 공연 당일까지 누가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억'이란 그 이름 아래 팬들은 녹화장을 찾는다. 비스트, 2PM,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공연처럼 화려한 현수막이나 오색빛깔 찬란한 응원도구는 없지만 상기된 표정과 설레는 마음만큼은 똑같았다.
▶ 중년의 열정을 무시하지마!
오후 2시, KBS 별관 공개홀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콘서트 7080'은 사전에 방청권을 획득한 사람에 한해 선착순으로 입장번호표를 배부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일찍부터 배부처 앞에서 줄을 섰다. 재밌는 점은 줄 중간중간에 20대, 30대의 젊은층이 빈번하게 보인다는 것. 알고보니 힘들어할 부모를 대신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관객들이 줄을 서 있는 동안 가수들은 음향 리허설을 시작했다. 이날의 출연진은 이명우 정오차 심수봉 휘버스 이명훈 바다새 썰물. 심수봉을 제외한 전출연진이 모였다. 허름한 재킷과 청바지, 운동화 등을 입고 나타난 이들 중에는 현역 가수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전성기로부터 20~30년이 지난 현재, 목소리도 체력도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는 그 순간만큼은 청춘으로 돌아가 몇번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연주를 부탁한다. 키보드 통기타 드럼 등 리얼세션으로 구성된 7080밴드이기에 한 번 연주를 할 때는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다. 마음에 드는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연주는 계속됐다.
▶ 추억을 위하여
오후 4시 입장번호표 배부가 시작되자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한 7080세대들이 등장했다. 좌석표와 팸플릿을 손에 들고는 하나같이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KBS 내에서도 방청권을 얻어내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 '콘서트 7080'. 그 인기의 비결은 뭘까? 한 여성 관객은 "추억"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20대였을때 좋아했던 가수들이 나와 즐겨듣던 음악을 들려준다는 점이 좋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창 걸그룹에 열광할 나이인 10대 학생도 눈에 띈다. 그는 "최근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포크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현장과 조금도 다름없이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샌드위치나 음료수, 귤 등의 과일을 먹으며 "이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언제 풀겠느냐"며 담소를 나눈다.
▶ 마음만큼은 이팔청춘!
오후 4시 30분. 카메라 리허설이 시작됐다.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졸다가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등장, 짜증을 내가며 간신히 무대 동선을 맞추는 일부 스타 아이돌이나 이들의 비위를 맞춰주다 신인에게는 "시간 없으니 빨리 해"라며 소리를 질러대는 몇몇 스태프는 이곳에 없다. 총 6대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15명 정도의 스태프가 따라붙어 동선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가수는 7080 밴드와 상의하며 사운드를 맞춰가고 밴드는 지휘자가 직접 구두로 박자를 맞춘다. 실제 무대와 똑같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서도 "한 번만 더 맞춰보자"며 열의를 불태운다. 오후 6시 5분, 전 출연자가 함께 마지막곡 '연'을 부르고나서 썰물은 "목이 힘들어서 흥겹지가 않아"라며 너스레를 떨어 주변을 폭소케 했다. 예정대로라면 리허설이 끝났을 오후 6시 14분. 심수봉이 뒤늦게 무대에 올랐다. '그때 그 사람'을 부르던 도중 구두를 갈아신더니 코러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직접 자리를 이동해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젊은 태양'은 1절이 끝난 뒤 노래를 부르지 않아 7080 밴드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심수봉은 "시간이 없으니까 1절만 부르라고 하셔서"라며 애교스럽게 실수를 덮고 2절부터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카메라 리허설까지 모두 끝난 오후 6시 20분.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총 800석에 맞춰 순서대로 줄을 선 관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질서정연하게 입장을 시작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