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비문학 독해를 정복하려면 주제와 중심 화제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언어 4등급, 외국어 2등급, 수리 1등급.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이동진(가명)군의 모의고사 성적표다. 다른 과목과 달리 언어영역 점수가 유달리 낮은 이유는 바로 '비문학 독해' 때문이다. 중학교 때만 해도 국어 내신 성적이 높았던 이군은 고등학교 진학 후 다양한 주제의 장문 독해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그는 "지문을 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머릿속에 정리도 안 되고 반복해서 다시 읽다가 시간을 놓친다. 어떻게 해야 비문학 독해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언어영역 전문가들은 "알 듯 모를 듯한 비문학 독해를 정복하려면 꾸준한 노력과 '중심 화제'를 생각하며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문학 독해, 왜 중요할까

'지문 속에 답이 있다?' 언어영역 비문학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다. 지문을 봐도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문제와 지문의 내용 연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은 EBS와 연계율이 70%에 이르렀지만, 비문학 독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바로 단순히 읽어 내려가는 습관 때문이다.

비문학은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등 예상할 수 없는 '낯선' 글이 대부분이다. 또한 비문학 독해의 글감도 과거와 달리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주제로 확대돼 학생 입장에서 구체적인 대비법을 찾기도 어렵다. 수험생활뿐만 아니다. 리포트 작성이나 원서 읽기 등 각종 텍스트 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대학 진학 후에도 독해 능력은 중요하다.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국어 기초과목 '말과 글'을 강의하는 한양대 전은진 교수는 "입시 때문에 학생들이 접하는 글들은 한정돼 있기 마련이다. 독서가 습관화돼 고교 시절 비문학 독해에 강한 학생들은 낯선 글에도 당황하지 않아 어휘력·문장력에서 다른 학생들과 확연히 차이가 날 뿐더러, 각종 전공 및 교양수업 적응도 빠르다"고 밝혔다.

◆중심 화제를 생각하며 읽어야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 출제위원인 정신여고 이대욱(이투스교육 누드교과서 비문학 저자) 교사는 "어떤 종류의 글이건 독해의 기본은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다. 지문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거나 읽다 보면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글의 주제나 중심 화제를 생각하지 않고 읽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출제자 입장에서 학생들을 헛갈리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오답을 정답과 유사하게 만드는 거죠. 오답은 학생들이 문맥 속에서 자신들이 해석할 만한 것으로 골라 출제합니다. 저자의 의도와 자신의 해석을 갈등 시키는 것이죠. 따라서 문단별로 중심 화제를 염두에 두고 독해를 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 습관이 붙지 않아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규칙적인 독해 훈련'이 필수다. 매일 일정 개수의 비문학 지문을 정해진 시간을 두고 풀이하는 연습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고1 때부터 비문학 독해에 '쥐약'이었던 석나움(동두천외고 3)양은 이 같은 독해 훈련으로 지난 수능 언어영역에서 1등급을 거머쥐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었던 친구들에 비해 독해 속도와 읽기 능력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고3 올라가기 직전부터 매일 아침마다 비문학 지문 독해를 했습니다. 비문학 지문이 눈에 익으니 어느 순간 '이다음 문단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겠구나' 하는 감이 오더군요. 모의고사나 수능에 출제되는 비문학 지문들은 짜임새가 잘 갖춰진 글이라 자연스레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독해만 많이 한 것은 아니다. 문제가 틀렸을 때는 자신이 선택한 답이 왜 정답이 아닌지를 일일이 지문과 대조했다. 석양은 "누구나 독해하면서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답 이후 대처다. 자신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답과 정답지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정답 해설이 납득될 때까지 지문과 답을 연계시키며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맛있는공부 인턴기자

비문학 독해 정복 TIP

①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는 책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읽는다.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기르며 '언어적 감각'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② 지문을 읽은 후, 머릿속에 남는 내용이 없다면 주제와 중심 화제를 생각하지 않고 읽기 때문이다. 독해를 하면서 문단별 중심 내용과 화제를 단어나 짤막한 문장으로 정리해두면 좋다.

③ 객관식에 나오는 용어에 대한 정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가령 문제에서 지문의 '전개 방식'을 묻는데 객관식 답지에는 중심 화제 단어의 '정의'를 내리며 오답을 유도하는 식이다. 문제를 풀면서 자주 틀리는 유형을 정리하고, 오답 문제에 나오는 '용어'의 의미를 정리해야 한다.

④ 쉬운 글부터 시작해 차차 어려운 글을 읽는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 정확한 뜻을 익히고, 동의어와 반의어까지 알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