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메라비언에 따르면, 대화 중 상대방에게 받는 이미지 38% 정도는 목소리가 결정한다.
좋은 옷차림, 바른 자세 등과 더불어 목소리에도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갖는 술자리로 좋은 목소리를 해치고 있다.
과연 술은 목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26일 사람과의 첫 대면이 잦아지는 3월을 앞두고 술과 목소리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중요한 약속 전날, 술은 금물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요한 약속 전날 과음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가벼운 맥주 한잔 정도는 괜찮다고 여겨 술을 입에 대기도 한다.
술은 식도로 들어가는 즉시 성대 점막을 마르게 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알코올은 분해될 때 다량의 수분을 필요로 하므로 성대 표면의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윤활유가 분비되지 않게 된다.
1초에 150회~250회 정도 빠르게 진동하는 성대 점막은 윤활유 분비가 잘돼야 진동이 원활하게 하고 빠른 진동에도 잘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말을 많이 하거나 큰 소리를 낼 경우, 엔진오일이 없는 상태에서 엔진을 가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맥주 고유의 탄산도 문제다. 맥주는 발효주로 다량의 탄산을 포함하는데 입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느낌은 입뿐만 아니라 성대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목에 염증이나 상처가 있을 땐 이 같은 자극이 이물감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욱 피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술을 마시면 위산 분비가 늘어 역류가 쉬워진다.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물을 보내는 운동도 원활하지 않아 위에 음식물이 오래 머물게 되면 역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위산이 후두 쪽으로 역류하면 성대와 후두가 붓는다. 술이 과할 경우 성대 점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데 면역력이 낮아지면 후두에 염증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좋은 목소리 위해 수분보충과 체력관리 필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분 보충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물을 충분히 마셔 성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 성대가 과도한 진동에 견딜 수 있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섭취해 성대점막이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목이 건조해져 소리가 잘 나지 않거나 헛기침을 많이 할 땐 체온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나눠 마시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성대 긴장을 풀어주는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입안에 공기를 잔뜩 머금고 입천장을 올린 뒤 혀를 내린 상태에서 공기를 불 듯 내보내며 가볍게 '우'소리를 내면 된다. 이때 목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과 볼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 평소보다 목이 불편하거나 말을 많이 한 날이면 귀가 후 목 주변을 지긋이 누르는 마사지로 후두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평소 체력유지를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력이 떨어지면 성대 근육도 함께 약해질 수 있으며 몸이 약해질 경우 외부로부터의 감염에 견딜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규칙적 수면과 식사,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기초체력을 잘 관리해야 한다.
꾸준한 체력관리와 더불어 성대근육이 약해지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듯 꾸준한 발성연습은 성대근육을 건강하게 한다.
그러나 장시간 무리하게 성대를 사용하는 것과 목소리가 이미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예송이비인후과 예송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다거나 평소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 절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목이 잘 쉬거나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목에 성대질환이 생긴 것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