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초 설 이후 청와대 직원들과 그룹별로 식사를 하고 있다. 설렁탕집, 횟집, 고깃집 등 청와대 밖 음식점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편한 분위기에서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그 자리에 다녀온 직원 한 명은 "사장님이 떠나는 직원들 마지막으로 밥 한 번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조만간 있을 청와대 인사에서 그만큼 떠날 직원들이 많다는 뜻이다.
청와대엔 '늘공', '어공' 두 가지 부류의 공무원이 있다. 늘공은 직업공무원으로 '정권과 무관하게 늘 공무원', 어공은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비(非)직업공무원으로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는 뜻이다.
늘공은 대부분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청와대를 떠나고 싶어한다. 청와대에 힘이 남아 있을 때 '친정'인 각 부처에 돌아가야 보직이나 승진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임기 말까지 청와대에 붙잡혀 있다가 '인공위성'처럼 떠도는 신세가 된 선배들을 적지 않게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공은 두 파로 나뉘어 있다. 이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그룹과 이맘 때쯤 청와대를 떠나서 제 할 일을 찾겠다는 그룹이다. 한 수석실의 경우 절반 가까운 어공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공기업 같은 데서 일해보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정권 초기엔 '점령군'처럼 힘과 꿈을 갖고 들어왔지만 정권이 이젠 다음 일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들 중엔 내년 4월 총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정무직 공무원인 비서관(1급)들은 어공이든 늘공이든 차관급으로 승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들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한 이상 다음 정권에서 승진 기회가 없어질지 모른다"고 말한다.
입력 2011.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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