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애리조나), 박광민 기자]"나는 5살 때부터 이 폼으로 20년 넘게 던졌다. 내 메카니즘은 나만을 위한 것이다. 그 어떤 투수도 따라 하기 힘든 부분이다".
긴 생머리, 짙은 쌍 커플이 진 큰 눈, 그리고 헐렁한 비니. 뜻밖에도 그의 체격은 중학생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나 그는 미국프로야구(MLB)에서 그 어떤 투수들보다 역동적인 투구폼을 바탕으로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90마일 중반대까지 나온다. 타자들의 배트를 헛돌게 하는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 역시 일품이다.
OSEN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7시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시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지를 찾아가 2008∼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2연패한 팀 린스컴(27)을 만났다. 이날은 샌프란시스코의 '포토 데이'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월드시리즈 챔피언 팀답게 스프링캠프지 그 어떤 팀보다 사진 기자들이 많이 있었다. 린스컴도 사진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사진 촬영장에서 잠시 기다려봤다. 엠엘비닷컴, 게티이미지, ESPN이 확인된 방 명패 옆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선수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 찍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면 완전히 린스컴이었다. 설마. 그 친구가 사진을 왜 찍고 있겠어?
그리고 30분 뒤 클럽하우스 린스컴의 라커룸 근처에서 브라이언 윌슨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뒷모습이 린스컴이었던 친구가 진짜 린스컴이었다. 윌슨과 인터뷰를 끝내고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하자 린스컴은 "지금은 운동하러 가야 된다"며 "운동 마치고 이야기하자"고 대답했다.
12시를 넘어 클럽하우스는 다시 열렸고, 어느새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인존 셰어 기자가 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셰어는 1988년부터 샌프란시스코만 담당한 메이저리그 베테랑 기자다. 편안한 인상의 세어는 린스컴과 친분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베테랑 기자도 린스컴 앞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동과 언행을 하는 듯 했다.
인터뷰를 끝마치길 기다리며 근처에 서 있었다. 5분 뒤 인터뷰가 끝났다. 린스컴은 갑자기 다시 야구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10여분 뒤 다시 클럽하우스로 들어와 "여기 앉아서 이야기 하자"고 말했고, "고맙다. 한국에 있는 너의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대답한 뒤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투구폼, 작은 몸집에서 그렇게 위력적인 공을 던지느냐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르쳐줬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고 싶었다.
22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메이저리그 선수 카드를 제작하는 사진 기자인 에드 메일리어드는 "린스컴을 사진을 찍을 때면 나도 깜짝 놀란다. 그의 투구폼은 경기장 1루측, 3루측, 포수 뒤, 경기장 꼭데기, 등 어디서 찍어도 사진에 정말 멋지게 나온다"며 놀라워 했다. 린스컴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자 그는 "지금 내 투구폼은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가 투구 메카니즘을 바탕으로 이렇게 던지게 도와줬다. 시간이 지났지만 난 계속해서 이렇게 공을 던져 지금의 투구폼이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5살때 야구를 시작했지만 야구 선수로서 결심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런데 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40라운드 후반에 지명을 받아 난 (워싱턴)대학에 진학했다. 3차례나 드래프트를 받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하면서 지금의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린스컴은 2003년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컵스에 48라운드, 전체 순위 1408번으로 지명을 받았다. 워싱턴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2년 뒤 2005년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40라운드, 전체 1261번째로 이름이 불려졌다. 린스컴은 리버티 시니어 고교 3학년 때 워싱턴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대학교 때도 통산 12승4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94을 기록했다. 125⅓이닝 동안 삼진은 무려 199개나 잡았다. 덕분에 2006년 아마추어 야구선수상인 골든 스파이크스상을 수상했다.
비록 체형은 중학생처럼 작고 외모 역시 가냘파 보였지만 2007년 샌프란시스코가 그를 1라운드 전체 10번으로 린스컴을 지명해 계약금 202만2500 달러를 받고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반지를 낀 지난 시즌 이야기를 꺼내자 린스컴은 "지난해 우리 팀은 많은 것을 이뤘다. 우리는 모든 팀을 물리쳤고, 그 어떤 해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개인 뿐 아니라 팀원들도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벤지 몰리나를 잃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오고 간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린스컴이 트레이드 된 몰리나를 언급한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그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어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투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투구 메카니즘을 어떤 때는 자고 일어나서 잃어버린 다는 것이다. 메카니즘을 잃어 버리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한다. 제구도 원하는 곳에 되지 않을 뿐더러, 구속도 나오지 않는다. 특히 린스컴처럼 역동적인 투구폼을 가진 투수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정한 메카니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린스컴은 "나는 5살 때부터 이 폼으로 20년 넘게 던졌다. 내 매커니즘은 나만을 위한 것이다. 그 어떤 투수도 떠라 하기 힘든 부분이다"며 "혹시 내 폼을 따라 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면 조금은 힘들 것이다. 나와 같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린스컴은 올 시즌 목표도 변함없이 우승을 목표로 했다. 그는 "난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매 경기 결과에, 때로는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머리가 아프고 싶지 않다. 너무 먼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뒤 "지난해 우리는 개개인이었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한 팀이 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처럼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내게 주어진 작은 목표에 집중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접근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딱딱한 질문을 피해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는 질문에 린스컴은 "야구 선수가 아닌 그냥 친구여도 상관 없냐"고 되묻고는 구애치 말라고 하자 "정말 친한 친구가 3명 있다. 이들 모두 내가 어렸을 때 같이 자랐던 친구로 내 친구 션, 저린, 저스틴,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며 어린 시절 쌓은 우정을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린스컴의 취미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내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밖에는 별로 나가지 않는다. 종종 긴장을 풀기 위해서 외출은 한다. 그러나 내가 키우고 있는 개 2마리와 집에서 논다"고 대답한 뒤 "어떤 종류의 개를 키우냐"고 묻자 "프랜치 불독 한 마리와 프랜치와 퍼그가 반반 섞인 개"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당신은 불독, 퍼그와 전혀 다르게 잘 생겼다"고 말하자 "난 그냥 개를 좋아한다. 개의 성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개의 어떤 성격이 좋냐는 질문에 린스컴은 "개들은 항상 사랑을 원한다. 누구나 개를 좋아하는 것처럼 개는 나의 최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특별히 없었다. 그는 "야채는 좋아하지 않고 고기, 감자,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린스컴은 지난 2007년 5월 7일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데뷔 2008∼2010년까지 3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두며 통산 123경기에 등판 56승 27패 평균자책점 3.04 907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던진다면 10여년 뒤 은퇴를 하고 나서 충분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고 싶냐"고 묻자 린스컴은 "그러면 좋겠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하루 하루에 충실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해서 매 순간 옳은 일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일어섰다.
린스컴은 경기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팬들이 "티미(Timmy)"라고 부르면 가벼운 웃음 대답도 가끔 했다. 그리고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를 들어가기 전 100여명의 팬들의 사인 요청도 모두 마치고 발걸음을 움직이는 성숙된 모습도 보였다.
린스컴이 데뷔한 순간부터 꾸준히 함께한 셰어 기자는 "린스컴은 인간적으로도 참 좋은 친구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인터뷰를 사양하기도 하지만 잘 해준다"고 말한 뒤 "한국에서도 린스컴이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샌프란시스코 브라이언 세이비언 단장도 "린스컴은 마운드에서 좋은 공을 던진다. 지난해 우리 팀이 우승을 하는데 공헌했다"고 말했고, 홍보팀 맷 치슴 역시 "아까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것처럼 인간적으로도 좋다. 야구 뿐 아니라 매너도 좋은데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린스컴을 칭찬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면서 갑자기 머리 속에 한 꼬마 여자 아기의 옹알거리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빠. 티미에게 사인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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