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서브(serve)는 상대팀에게 공격을 시작하라고 공을 넘기는 일종의 '서비스(service)' 개념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다르다. 날카롭게 내리꽂히는 스파이크 서브는 공격의 첫 단추이자 그 자체로 훌륭한 득점원이다. 선수들도 '리시브―토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3단계 공격 과정을 압축한 서브 에이스를 가장 짜릿한 득점 순간으로 꼽는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역동적인 스파이크 서브 모습. 시속 120㎞에 육박하는 강서브는 상대 수비 조직력을 흔드는 최고의 무기다.

강서브는 힘보다 템포가 중요

스파이크 서브는 얼마나 빠를까. 밀란 페피치(LIG손해보험)는 지난 6일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시속 115㎞의 스파이크 서브를 날려 '서브왕'에 올랐다. 문성민(현대캐피탈), 박철우(삼성화재), 김요한(LIG손해보험) 등 국내 정상급 공격수들의 서브도 시속 110~120㎞에 달한다.

시속 120㎞의 서브는 1초에 33.3m를 날아간다. 9m 떨어진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에 꽂히기까지 0.5~0.6초면 충분하다. 수비 진영에선 공의 낙하지점을 쫓아가 리시브를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으려면 정확한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다. 문성민은 "잔뜩 힘을 준 서브보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때리는 서브가 훨씬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스파이크 서브는 '변화구'도 가능하다. 공의 좌우를 빗겨 때리면 야구의 슬라이더처럼 궤적이 변하는데, 선수들은 이를 "깎아친다"고 표현한다. 오른쪽 측면을 치면 왼쪽으로, 왼쪽을 때리면 오른쪽으로 휜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서브 득점이 가장 많은 안준찬(우리캐피탈)은 "상대의 수비 방향을 미리 예측한 다음, 깎아 때리는 서브로 리시브를 흔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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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의 '너클볼' 플로트 서브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무회전 프리킥, 팀 웨이크필드(보스턴 레드삭스)의 너클볼처럼 배구에도 '마구(魔球)' 같은 구질이 있다. 각 팀의 센터·세터들이 주로 구사하는 플로트 서브(float serve)는 공의 한가운데를 '밀듯이' 때려 거의 무회전으로 날아간다. 공의 속도는 느리지만 좌우 흔들림이 심해 낙하지점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스파이크 서브보다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리시브가 약한 선수에게 '목적타'를 날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플로트 서브가 주 무기인 하경민(KEPCO45)은 "손목을 쓰지 않고, 공의 중앙을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찍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실수로 공에 회전이 들어가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밋밋한 서브가 되는 약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프로배구에 새로 도입된 공인구는 플로트 서브에 위력을 더했다. 새 공인구는 표면 패널이 18개에서 10개로 줄고 반발력이 보강돼 플로트 서브의 흔들림이 더 심해졌다. 작년 남아공월드컵 때 골키퍼들이 공인구 '자블라니'에 고전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국가대표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은 "공이 바뀌면서 강한 스파이크 서브보다 플로트 서브의 리시브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에반, 퓨전 서브로 맹활약

올 시즌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은 서브의 힘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시즌 3위에 그쳤던 대한항공은 세트당 서브 득점이 1년 사이에 0.77개(3위)에서 1.12개(1위)로 급증했다. 변신의 중심엔 리그 서브 1위 에반 페이텍이 있다.

키 204㎝, 서전트 점프 70㎝를 자랑하는 에반의 서브 타점은 350㎝가 넘는다. 게다가 에반의 서브는 스파이크 서브와 플로트 서브의 장점만을 결합한 '변종 구질'이다. 스파이크 서브만큼 빠르지만 무회전 공처럼 궤적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우리캐피탈 안준찬은 "에반의 서브는 회전이 어중간해 오히려 낙하지점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에반은 "스피드와 코스를 달리해 6~8개 정도 구질의 서브를 매일 연습한다"면서 "상대 선수 가슴 위로 날아가서 리시브를 어렵게 만드는 서브가 제일 좋은 서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