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주총회가 경영진 성토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회사 경영진들이 쉬쉬했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의 몸 상태와 후계자 계획 공개에 대한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 일부 기관투자자는 애플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에서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잡스를 대신할 후계자 준비 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잡스가 3번째 병가를 낸 데 이어 최근 ‘6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추정 보도가 이어지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달해 있기 때문.
미국 주요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건설노동조합(LIUNA)기금은 “잡스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애플이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할 지 계획을 세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애플 이사회에 후계자 계획 문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애플 전체 주식의 70%를 갖고 있다.
애플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이 애플의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22일(현지시각) 전했다. 핵심은 단 한표만 나와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과반수 투표제로 바꾸자는 것. 이 신문은 현재 투표가 약 60% 진행돼 그 중 74%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주주들 압박이 이사회 구성요건 변화 요구로까지 이어지자 애플 경영진측도 이들 요구를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애플측은 후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이를 공개할 경우 경쟁사가 후보자를 스카우트 해갈 수가 있어 난색을 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주주의 승계관련 질문에 업체가 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주주총회 이후 애플이 잡스의 후계자를 공개하고 그동안의 ‘비밀주의’를 타파해나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잡스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할 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애플 주주총회는 본래 종교 부흥회와 비슷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잡스가 교주처럼 등장해 경영성과를 보고하면 주주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식이다. 올해는 잡스의 병세 악화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가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축배의 자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