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보행자의 통행방식이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뀌자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몇 개월이 흘러서야 우측통행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을 고치는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각 구단 전훈캠프에서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는 선수가 여럿 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팀상황 때문에 변신을 선택한 선수들이다. 롯데 홍성흔은 KIA 김상현과 마찬가지로 좌익수 훈련을 하고 있고, 중견수였던 롯데 전준우는 3루수로의 변신을 시도중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먼저 내야에서 외야로 나갈 경우를 보자. 이순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타구판단이 가장 힘들다. 강하게 날아오는 타구의 경우 비거리를 측정해야 하는데 외야를 전문으로 보는 선수들도 항상 두려움을 갖는다. 멀리서 타자를 보는 상황에서 잘 맞았냐, 못맞았냐를 판단하는 자체가 힘들다. 배팅타이밍을 보고 타구의 질을 감으로 판단해야 한다. 포수나 내야수를 보던 선수들이 쉽게 익힐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현역시절 3루수에서 중견수로 보직을 변경했었다.
타구의 방향과 거리를 잘못 판단하면 낙하지점을 찾기 힘들다. 이 위원은 "날아오는 타구의 잘 맞은 정도를 파악하기 힘든데 낙하지점 판단이 쉽겠는가. 서툰 외야수들이 자꾸 '만세'를 부르는 이유다. 또 좌타자냐 우타자냐에 따라 타구가 공중에서 좌우로 휘어지는데 그것도 눈에 익혀야 한다. 순간적인 판단능력이다"고 말했다.
포구 자세에서도 땅볼에 익숙한 내야수와는 큰 차이가 있다. 글러브 뿐만아니라 상하좌우로 핸들링하는 것도 내야수와는 다르다. 타구판단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외야수에서 내야수로의 변신은 더욱 힘들다. 이 위원은 "외야 타구와는 달리 내야 타구는 그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다. 타구가 강하냐 약하냐, 바운드가 크냐 작냐 등 타구의 성질에 따라 푸트워크를 달리해야 하는데 동작이 부드러워지고 익숙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준우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이 위원은 "전준우는 원래 3루를 보던 친구라서 다른 선수들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포지션 변신의 또다른 위험요소는 불안한 수비가 타격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위원은 "마음이 불안하면 타격도 안좋아진다. '나는 외야로 나가면 더 잘 칠 수 있다'는 생각을 원래 갖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억지로 포지션을 바꿀 경우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