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KBS 2TV 'VJ 특공대'는 과거 잘 나가던 시절, 금요일 밤 같은 시간대에서 예능 프로들을 밀쳐내고 늘 시청률 선두를 달린 인기 프로다. 그 장르는 시사인지 교양인지 예능인지 딱 하나로 맞춤하게 규정하기 힘든 비빔밥이고 짬뽕같지만, 확실한건 재밌고 신선한 내용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제작진의 소개는 이렇다. '다큐멘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묻혀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섹션다큐'라고 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라면 얘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고정관념을 깨겠다고는 했어도 다큐라면 무엇보다 사실성이 강조된다. 재미와 사실의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VJ 특공대'가 요즘 잦은 조작과 거짓 시비로 혼쭐나고 있다. 지난해 11월5일 '특명! 열도를 흔들어라~ 아이돌 일본 점령기'편에서 한국에 사는 일본 유학생과 주재원들이 걸그룹 소녀시대를 쫓아온 관광객으로 둔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번에는 18일 방송된 '중독'편에서 카레이서들을 불법 폭주족인냥 등장시켰다는 네티즌 지적으로 제작진이 해명하는 소동을 빚었다. 제작진은 "해당 레이싱 모임 대표에게 충분히 방송 소재를 설명한 뒤 협조를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시원찮다. 당연히 그럴수밖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짰다는 얘기잖아"일 뿐이다.

문제는 다큐가 다큐답지 않은 일들을 계속하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다큐를 찍는 데는 오랜 시간 엄청난 공이 들어간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를 무작정 기다려야되는 때문이다. 자연이나 생태 다큐멘타리 대작은 촬영기간이 수 년을 넘어 10년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외주 제작사가 만드는 'VJ 특공대'의 경우 시간에 쫓기며 뚝딱 만들어진다. 요즘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간 역할 관계를 봤을 때 제작 경비도 충분치 않을게 분명하다. 당연히 대다수 방송 내용이 설정으로 만들어질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 'VJ 특공대' 간판인 맛집 코너에는 "정말 끝내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음식점 손님들이 꼭 등장한다. 한 테이블 손님들이 모두 합창으로 식당 자랑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진짜 다큐라면 불가능한 일이고 시청자들도 '어차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인정하고 보는 부분이다.

이번 '중독' 편에서는 카레이서 시비 말고도 연예인 지망생 중독자(?)들이 방송을 탔다. 그 중의 한 명은 고향집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버스를 타고 서울에 자리잡은 뒤 동네 미니수퍼 주인 아줌마 앞에서 노래하며 격려까지 받는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만약 이 과정 모두를 실제 상황으로 촬영했다면 'VJ 특공대' 제작진은 조물주 수준임에 분명하다.

다큐보다 예능에 더 가까운 'VJ 특공대'가 지금의 조작 시비를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재연이나 설정의 경우 이를 자막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시청자들도 'VJ 특공대'에서 예능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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