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오네. 서쪽 끝에서 오네. 만 리 먼 곳에서 중원으로 들어오네 / 영특한 위풍을 이어받아 외국을 굴복시키니 / 대 사막을 건너와 사방의 오랑캐가 이에 복종하네.”
기원전 104년 이사장군(貳師將軍) 이광리(李廣利)가 페르시아 원정에 승리하고 한혈마(汗血馬) 3000여 마리를 가져오자 한무제(漢武帝)가 매우 기뻐하며 불렀다는 ‘서극천마(西極天馬)’라는 노래다. 이 한혈마가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우잔이 이끄는 산시(陝西)성 고고학연구팀이 산시성 싱핑(興平)시의 한무제 능 안에서 80마리 분의 말 뼈를 발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한무제의 능 2개의 순장(殉葬)갱 안에 있는 총 40개의 작은 굴 입구에서 각각 2마리의 수컷 말 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뼈 옆에는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전사(戰士)상이 하나씩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한무제가 생전 서역에서 어렵게 얻어 기뻐했다는 한혈마를 순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발견된 뼈의 DNA를 분석하기로 했다. 한혈마는 오늘날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이 원산지인 아칼 테케(Akhal-Teke)와 같은 종으로 추정되는 말이다.
중국 고고학계는 “발견된 DNA와 아칼테케의 DNA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면 전설 속 한혈마의 존재가 입증되는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와 전설 속에서 한혈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로 꾸준히 이름을 날렸으며, 돌을 밟으면 자국이 나고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1000리를 달린다고 전해진다.
‘피땀 흘리는 말’ 한혈마는 흉노의 기마병에 시달리던 한나라에 한줄기 단비와 같았다. 당시 명마의 도입은 군사기술의 진일보나 마찬가지라고 고고학자들은 전한다. 삼국지에서 여포와 관우가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도 이 한혈마의 후손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00마리 정도가 있는 아칼 테케는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인내력이 강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혈통 유래가 유구한 대표적인 종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