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동차 엔진음에 들썩인 하루였다. 2011시즌 나스카(NASCAR· 미국개조자동차경주협회) 개막전 '데이토나500'이 열린 21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 축구장 90배 크기인 73만㎡의 경주장을 내려다보는 14만7000여 관중석엔 빈자리가 없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43대의 경주차가 일제히 엔진 출력을 높이자 땅이 흔들리듯 함성이 터졌다.

자동차 경주의 '수퍼볼'

데이토나500은 '나스카의 수퍼볼'이라고 불린다. 수퍼볼(미식축구), 월드시리즈(메이저리그) 등 최종전이 인기가 높은 종목과 달리 나스카는 개막전이 가장 주목을 받는다. 미국 폭스스포츠의 로 데밀리오 부회장은 "데이토나500 중계방송은 다른 나스카 경주보다 거의 두 배의 시청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작년 데이토나500은 총 1330만명이 시청했다.

대중적인 인기 덕분에 나스카는 미국 스포츠 마케팅의 최대 전장(戰場)으로 꼽힌다. 경주차 보닛에 로고를 붙이는 메인 스폰서 비용만 2000만달러(약 223억원)가 넘는다. 시장 조사 전문기업 IEG는 올 시즌 나스카에 쏟아지는 스폰서 총액이 35억1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만 20세에 데이토나500 최연소 챔피언이 된 트레버 베인.

나스카 경주에 기업의 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광고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스포츠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스폰서 브랜드에 대한 나스카 팬들의 충성도(72%)는 골프(47%), 메이저리그(38%), NFL(36%) 등을 압도한다. 2007년부터 나스카 '삼성모바일500' 경주를 후원하는 삼성전자는 "나스카 후원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현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나스카의 인기는 F1(포뮬러 원)을 능가한다. F1이 첨단 기술력을 갖춘 '괴물 경주차'의 경쟁이라면, 나스카는 경주차 성능보다 드라이버의 역량에 힘이 실리는 레이스다. 최고 시속 300㎞를 넘나드는 나스카는 관중석에서 타원형 트랙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일부 구간의 레이스만 볼 수 있는 F1보다 '눈맛'이 더 좋다.

세 손가락을 하늘 높이

43대의 경주차가 출전한 이날 경기는 16번이나 사고가 나 레이스가 지연됐고, 74차례나 선두가 바뀌는 혼전이 펼쳐졌다. 최종 승자는 트레버 베인(20)이었다. 베인은 2.5마일 트랙 208바퀴(총 836.9㎞)를 3시간59분24초에 돌아 칼 에드워즈(32)를 0.118초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경기 전날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베인은 1997년 만 26세에 우승한 제프 고든(40)을 제치고 데이토나500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출전 차량이 세 번째 바퀴를 돌 때는 관중 전체가 손가락 세 개를 펴 하늘로 치켜드는 장관이 연출됐다. 2001년 데이토나500에서 충돌 사고로 50년 생을 마감한 '나스카의 전설' 데일 언하트를 기리는 뜻이었다. 손가락 세 개를 펼친 것은 나스카에서 76차례나 우승한 언하트가 현역 시절 '3번 차량'을 주로 몰았기 때문이다. 언하트의 아들 언하트 주니어(37)는 예선 1위로 맨 앞에서 출발했지만 24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