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가 이슬람 채권(수쿠크·Sukuk)에 면세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일명 이슬람 채권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법안과 관련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로 최근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가질 정도로 기획재정부와 개신교가 대립해왔는데 여기에 야당의 반대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16일 본지에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공사비를 대출해주기로 했는데, 이에 소요될 막대한 여신자금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특정 종교의 채권에 특례를 줘가며 2월에 법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나는 이 법에 원래부터 반대했는데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의 입장이 반대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조배숙 최고위원도 "외자를 유치하면서 이런 식으로 한 전례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이슬람 채권법을 추진한 것은 UAE 원전 수주 이전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UAE 원전 수주 문제와 결부시키면서 이슬람 채권법의 이달 내 통과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획재정부가 이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이다. 당시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슬람 채권에 대해 달러 표시 채권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에 대한 이자소득세 등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영국(2007년), 프랑스(2009년), 싱가포르(2009년), 홍콩(2009년) 등이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때 일반 채권의 이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등 세계 각국이 이슬람 채권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세제를 바꾸는 것에 부응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 9월 정기국회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테러 자금 유입 우려 등을 제기하면서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작년 9월 기획재정부는 정기국회에 다시 이 같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냈다. 이번엔 조세소위를 통과했지만 기획재정위는 통과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이혜훈 의원 등이 "이슬람 채권법은 이슬람 채권에 과도한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며 "특히 채권 투자수익금의 2.5%를 기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용 내용 관련 서류는 송금 즉시 파기하도록 하고 있어 테러단체로 흘러들어 갈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중동에 많이 쌓이는 오일달러를 우리의 산업자본으로 동원해 올 필요가 있다"며 "조세형평 측면에서도 왜 이슬람자금하고 다른 달러자금하고 차별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획재정부는 개신교계의 반발을 고려, 개정안 문구에서 이슬람과 연관된 '수쿠크', '샤리아'와 같은 단어를 빼기로 했다. 단순히 이자를 받지 않은 외화표시 채권은 다른 외화표시 채권과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만 개정 법률안에 담기로 했다.
☞'샤리아'와 '수쿠크'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선 샤리아(Sharia)와 수쿠크(Sukuk), 두 개념을 알아야 한다.
흔히 샤리아라고 불리는 이슬람교의 율법은 실제 물건을 거래하지 않고 이자만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일하지 않고 이득을 챙기는 것을 엄격히 막고 있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맞게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수쿠크는 샤리아에 위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투자한 후 이자를 받지 않는다. 대신 어떠한 사업에 투자하고 그 사업 수익을 나중에 일정한 배당금으로 돌려받는 형식을 취한다.
이 중에서 이자라(Ijara) 수쿠크는 건물·설비 같은 유형 자산에 투자하고 무라바하(Murabaha) 수쿠크는 물건·부동산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양도세·취득세·등록세가 많이 발생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이 수쿠크 도입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수쿠크 발행과 운용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이면서 법률·회계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된 '샤리아 위원회'가 맡고 있다.